서점이 가까이 있는 삶.
진료를 마치고 버릇처럼 프로야구 중계가 하는 포털사이트로 갑니다. 응원하는 팀이 이틀간 이겼던터라 큰 욕심없이 응원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초반부터 크지않은 점수차인데 타자들이 너무 못치니까 조금은 조바심을 내면서 응원합니다. 냉장고에서 마늘햄을 꺼내서 세 조각 구워내고, 며칠 전 본가에서 가져온 밑반찬 몇 가지와 함께 혼자 저녁을 먹습니다. 먹는 내도록 아이패드로 중계를 보면서 먹으니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먹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방 팀의 신인투수에게 계속 끌려가던 우리팀은 선발투수가 내려가고 중간계투가 나오자마자 그림같이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믿음의 야구로 유명한 감독님의 쪽집게같은 대타작전은 덤이었다지요. 점수가 적게나서 좀 일찍 끝날꺼 같던 야구가 좀처럼 끝나지 않습니다. 야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서점이 문을 닫기전에 갈 수가 없을꺼 같아서 아쉽지만 야구를 끄고 방을 나섭니다.
원래 걸어서 가려고 했는데, 그랬다가는 서점 문만 구경할꺼 같아서 자전거를 펼쳤습니다. 멀지않은 거리지만 매일 자전거 타는것도 즐거움 입니다. 평소에 자주가는 교보문고 강남점에는 확인하고 싶었던 책이 없었고, 고속터미널에 있는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있기 때문에 오늘도 고속터미널쪽으로 향합니다. 강남쪽으로 가는길이나 한강으로 가는길에 비해서 고속터미널로 갈때는 인도를 많이 지나야해서 엉덩이가 아픕니다.
겨우겨우 서점에 도착한 시각은 9시 45분경이었습니다. 10시면 서점이 문을 닫으니, 원래 오후에 계획했던 느긋하게 서점에서 책 구경하겠다는 계획은 물건너 갔습니다. 애초에 야구를 붙잡고 밥을 먹기 시작했을때부터 이미 정해진거죠. 보고싶은 책을 검색하고, 서가에 가서 책을 찾아서 꺼내들었습니다. 아...제가 예상했던 내용이랑 핀트가 좀 안맞네요. 할 수 없이 책은 다시 책장에 꽂았습니다. 돌아나오다가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발견하고 잠시 펴봤습니다. 오~ 좋습니다. 제가 찾던 내용은 아니라 바로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리스트에 올려두고 나중에 구입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도착한 시각이 서점 마치는 시각이 다되어서였던터라 다른 책은 한 번 살펴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게 된 어린시절 이후로 시립도서관에 갈 때마다 느꼈던 느낌들을 요즘은 참 자주 느낍니다. 멀지 않은 곳에 내노라하는 큰 서점이 두 곳이나 있고, 작년에 문을 연 구립반포도서관도 지근거리에 있으니까요. 그러고보니까 어제는 서점은 안갔지만, 도서관에 갔었네요. 방에도 구입하고 안읽은 책들이 수없이 쌓여있는데 왜 이렇게 책이 많은 공간에 가면 좋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