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환승제도
몇 년 전부터 고속버스 환승제도라는것이 생겼습니다. 출발 할 때 탄 차랑은 상관없이 선산휴게소에서 갈아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번에 알게되었는데, 8시 이전에 출발한 버스에서만 시행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8시 넘어서 출발하면 선산휴게소에 도착하는 시각이 너무 늦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본가가 있는 창원에 내려갈때는 주로 야간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승제도가 있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시행되는걸 직접 본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연휴를 맞아 집에 내려갈 때 17시 55분 버스를 탔는데 처음으로 환승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그런데, 연휴를 맞아서 명절 때보다 고속도로가 더 막히는 바람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서 서울에서 창원으로 가는 경로가 여러 개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선산휴게소를 지나는 고속도로가 그 길들 중에 가장 막혔나 봅니다. 환승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선산휴게소에 들리지 않아도 되었을껍니다. 그랬으면 덜 막히는 도로로 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환승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막히는 경로라는걸 알면서 가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검표하시는분이 환승이 한 사람 있다고 말했을 때, 기사분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바람에 함께 버스에 타고있던 모든 승객들이 환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선산 휴게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제가 탄 버스 기사님이 한 시간 정도 늦게 출발한 버스 기사님이랑 통화하실때 우연히 들었는데, 그 버스가 오히려 우리 버스보다 일찍 창원에 도착예정이었습니다.(실제로 도착시각이 어떤지는 모릅니다.) 결국 고속버스는 12시를 넘긴 시각에 창원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에 환승하는 한 사람 때문에 막히는 길로 가야한다는것을 알았을때, 저도 인간인지라 가장 먼저 짜증의 감정이 생겼습니다. 선산에서 환승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기사님의 첫 번째 반응도 짜증이었고, 제가 느낀 다른 승객들의 반응도 짜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이 조금 가시고나자 과연 다른 사람들이 환승하는 한 사람의 승객에게 짜증을 내는게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짜증내고있는 제 입장에서 마치 환승하는 한 사람의 승객에게 집단행동이라도 하고있는 느낌이었거든요. 학교에서 왕따를 직접 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환승하는 승객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당연히 아니고, 도덕적으로도 당연히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를 합당한 비용을 내고 사용하려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짜증을 느꼈던 환승하지 않는 다른 승객들 및 기사님의 입장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환승 제도'가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차가 막히지 않는 경우에 '환승 제도'가 분명히 장점이 있을것입니다. 단지 토요일에 길이 막혔을 뿐이죠. 뒤집어 생각해보면 환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산으로 가야만 하는 고속버스들이 선산 휴게소 방면의 고속도로가 더 막히게 만들수도 있었겠죠? 어쨌든 모두가 나쁜 의도가 없었고, 누구도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소모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승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없앨 수 있는 보완책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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