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는 일
기사의 내용은 실종자 가족들이 단체로 머물렀던 체육관보다 팽목항에서 가까운 국립남도국악원에도 일부지만 가족들이 머무를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거절해서 숙식장소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국립남도국악원에 정부 부처와 KBS 및 KTV 관계자들이 머물렀다고 합니다.
처음에 기사를 접하고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입에서 욕지기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지난 후에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정은 누가 내린것일까요? 그렇게 거절된 장소에 정부 부처 및 방송사 관계자들이 머무르는건 또 어떤 경로로 가능했을까요? 분명히 누군가 그렇게 하겠다는 결정을 했을테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겠죠?
그 일들이 잘 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 일이다 하는 가치판단까지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결정을 누가 했는지는 확실히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제 치하가 끝난 후에 우리 사회는 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2009년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파 인명사전을 펼쳐낸 것은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일파인명사전의 경우에도 발간 당시에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분열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별로 귀기울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협력한 사람을 친일파라고 해야하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친일파 인명사전'이라고 하지않고 '일제치하의 행적사전' 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누군가가 친일파이다 아니다라고 규정하지않고 그냥 있었던 사실들만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겁니다. 개인의 행동이 비난받을만큼의 행동인지 아닌지는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죠. 그 정도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그렇게 진실이 기록되는 사회가 된다면 개개인의 행동도 분명히 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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