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디테일에 있다
노르웨이의 빅맥가격
아침에 포털사이트에서 어제밤 연애프로에서 노르웨이 출신 니콜라이가 노르웨이의 빅맥 가격이 만 3천원이라고 말했다는 기사 1를 봤습니다. 그러면 시급은 얼마일까 궁금해서 기사의 본문을 확인해보니, 시급은 2만원이라고 나와있습니다. 39분만 일하면 빅맥을 하나 사먹을 수 있는 셈입니다.
1986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빅맥지수는 각 나라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원래 달러로 환산해서 비교합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노르웨이는$6.30 (Kroner 48.00), 대한민국은 $3.78 (Won 4,100)입니다. 미국의 $4.79를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31.5% 높고, 대한민국은 21.0% 낮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빅맥 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에 각 나라의 최저임금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빅맥의 가격은 4300원이고 최저시급이 5580원이니 우리나라는 46분가량 일해야 빅맥을 하나 사먹을 수 있습니다. 시급을 함께 비교하면 노르웨이보다 우리나라 빅맥이 더 비싸보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댓글에 시급과 비교한 내용이 있을꺼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기사의 첫번째 댓글이 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댓글의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 만삼천원하면 비싸보이지만 시급이 2만원이니 싼거지요 시급에 60프로입니다 한국은 시급 5600원에 빅맥 8천원 한국이 더 비싼거에요.. "
댓글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우리나라 빅맥이 8천원이나 하지 않을텐데'였습니다. 해당 댓글에 '빅맥이 아니라 와퍼랑 착각한거 아니냐' '빅맥지수에서 빅맥은 세트가 아니라 버거 가격만 따지는거다' '이런식으로 선동하지마라' 등등의 답글들이 달려있었습니다.
댓글을 단 사람이 빅맥의 정확한 가격을 확인해서 댓글을 달았으면 어땠을까요? 연애면 기사지만 노르웨이 빅맥가격과 빅맥지수까지 언급했으니, 이왕이면 달러로 환산한 빅맥지수와 노르웨이의 최저임금도 함께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세부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조금만 더 신경쓴 기사와 댓글이었다면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2
Barcelona Pavilion, 1929. (reconstruction)
신은 디테일에 있다
이 말은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 – 1969)가 자주 사용한 말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도 'Le bon Dieu est dans le détail' (the good God is in the detail)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파생되어나온 말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가 요즘은 오히려 더 자주 쓰이는 것 같습니다. 주장을 할 때의 디테일은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독서법 서적의 원조인 모티머 J. 애들러가 쓴 <독서의 기술>(범우사,1993)을 보면 독자는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한 이후에만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3그러면서 저자가 한 말을 충분히 이해한 후 찬성을 할 수 없는 경우 독자가 반대할 때는 아래의 네 가지가 이유가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4
(1) 지식이 부족하다
(2) 지식에 오류가 있다
(3) 논리성이 결여되어 논증에 설득력이 없다
(4) 분석이 불완전하다
세번째와 네번째 항목은 지키기 조금 어렵지만, 첫번째와 두번째는 객관적 자료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끔 충분히 타당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근거의 사실관계가 잘못되어서 비판받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정확한 사실관계도 해당 주장의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경우인데 잘못된 사실관계를 사용하는 바람에 그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서 좋은 주장이 힘을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집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않는 것보다 한 번의 검색이라도 해서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혹시 확인이 안되는 사실이라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차라리 확인이 잘 안된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관련링크
기사
'비정상회담' 니콜라이 "노르웨이 빅맥 만 3천원..시급은 2만원" 기사
신은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영어 위키디피아)
Ludwig Mies van der Rohe (영어 위키디피아)
부모 경제력이 왜 대학 진학에 걸림돌이 돼야 하죠? <노르웨이 대학 교육>
- 원래 포털사이트 기사보다 해당언론의 기사를 링크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대한 글이라서 포털사이트 글을 링크했습니다. [본문으로]
- 노르웨이의 경우 법적인 최저임금은 없는듯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inimum_wages_by_country 아르바이트시 받는 실질적 임금을 최저임금이라고 봐야할듯합니다. [본문으로]
- 반드시 제대로 이해한 이후에 판단을 해야만하고, 책을 읽은 이상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 '독자는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한 이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판단을 해야만한다고 말합니다' 였는데, 2016년 2월 1일에 뜻을 이해하기 쉽게끔 조사 '만'의 위치를 살짝 옮겼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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