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디테일에 있다

Posted by 쪽빛아람
2015. 7. 7. 13:29 2015/Life


노르웨이의 빅맥가격

 아침에 포털사이트에서 어제밤 연애프로에서 노르웨이 출신 니콜라이가 노르웨이의 빅맥 가격이 만 3천원이라고 말했다는 기사[각주:1]를 봤습니다. 그러면 시급은 얼마일까 궁금해서 기사의 본문을 확인해보니, 시급은 2만원이라고 나와있습니다. 39분만 일하면 빅맥을 하나 사먹을 수 있는 셈입니다.

 1986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빅맥지수는 각 나라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원래 달러로 환산해서 비교합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노르웨이는$6.30 (Kroner 48.00), 대한민국은 $3.78 (Won 4,100)입니다. 미국의 $4.79를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31.5% 높고, 대한민국은 21.0% 낮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빅맥 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에 각 나라의 최저임금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 빅맥의 가격은 4300원이고 최저시급이 5580원이니 우리나라는 46분가량 일해야 빅맥을 하나 사먹을 수 있습니다. 시급을 함께 비교하면 노르웨이보다 우리나라 빅맥이 더 비싸보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댓글에 시급과 비교한 내용이 있을꺼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기사의 첫번째 댓글이 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댓글의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 만삼천원하면 비싸보이지만 시급이 2만원이니 싼거지요 시급에 60프로입니다 한국은 시급 5600원에 빅맥 8천원 한국이 더 비싼거에요.. "

 댓글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우리나라 빅맥이 8천원이나 하지 않을텐데'였습니다. 해당 댓글에 '빅맥이 아니라 와퍼랑 착각한거 아니냐' '빅맥지수에서 빅맥은 세트가 아니라 버거 가격만 따지는거다' '이런식으로 선동하지마라' 등등의 답글들이 달려있었습니다.

 댓글을 단 사람이 빅맥의 정확한 가격을 확인해서 댓글을 달았으면 어땠을까요? 연애면 기사지만 노르웨이 빅맥가격과 빅맥지수까지 언급했으니, 이왕이면 달러로 환산한 빅맥지수와 노르웨이의 최저임금[각주:2]도 함께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세부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조금만 더 신경쓴 기사와 댓글이었다면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Barcelona Pavilion, 1929. (reconstruction)


신은 디테일에 있다

 이 말은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 – 1969)가 자주 사용한 말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도 'Le bon Dieu est dans le détail' (the good God is in the detail)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파생되어나온 말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가 요즘은 오히려 더 자주 쓰이는 것 같습니다. 주장을 할 때의 디테일은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독서법 서적의 원조인 모티머 J. 애들러가 쓴 <독서의 기술>(범우사,1993)을 보면 독자는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한 이후에만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각주:3] [각주:4]그러면서 저자가 한 말을 충분히 이해한 후 찬성을 할 수 없는 경우 독자가 반대할 때는 아래의 네 가지가 이유가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1) 지식이 부족하다
    (2) 지식에 오류가 있다
    (3) 논리성이 결여되어 논증에 설득력이 없다
    (4) 분석이 불완전하다

세번째와 네번째 항목은 지키기 조금 어렵지만, 첫번째와 두번째는 객관적 자료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끔 충분히 타당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근거의 사실관계가 잘못되어서 비판받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정확한 사실관계도 해당 주장의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경우인데 잘못된 사실관계를 사용하는 바람에 그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서 좋은 주장이 힘을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집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않는 것보다 한 번의 검색이라도 해서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혹시 확인이 안되는 사실이라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차라리 확인이 잘 안된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관련링크

기사

'비정상회담' 니콜라이 "노르웨이 빅맥 만 3천원..시급은 2만원" 기사

빅맥지수

빅맥지수 (한글 위키디피아)

빅맥지수 이코노미스트  big mac index

신은 디테일에 있다

내일신문 칼럼(김학순) 신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

파이낸셜뉴스 칼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영어 위키디피아)

기타

Ludwig Mies van der Rohe (영어 위키디피아)

나라별 최저임금 (영어 위키디피아)

부모 경제력이 왜 대학 진학에 걸림돌이 돼야 하죠? <노르웨이 대학 교육>



  1. 원래 포털사이트 기사보다 해당언론의 기사를 링크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대한 글이라서 포털사이트 글을 링크했습니다. [본문으로]
  2. 노르웨이의 경우 법적인 최저임금은 없는듯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inimum_wages_by_country 아르바이트시 받는 실질적 임금을 최저임금이라고 봐야할듯합니다. [본문으로]
  3. 반드시 제대로 이해한 이후에 판단을 해야만하고, 책을 읽은 이상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4. '독자는 저자가 하는 말을 이해한 이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판단을 해야만한다고 말합니다' 였는데, 2016년 2월 1일에 뜻을 이해하기 쉽게끔 조사 '만'의 위치를 살짝 옮겼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