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Posted by 쪽빛아람
2017. 5. 12. 21:43 2017/Food & Travel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인 수요일,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에 책 빌리러 올라가던길에 문득 왕돈까스가 먹고싶어서 길가에 차를 대고 남산돈까스로 들어갔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아직 점심시간 전이었기 때문에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습니다. 좋은 풍경은 아니지만, 큰 창을 통해서 환한 밖이 보이는 안쪽에 들어가서 자리잡았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메뉴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메뉴


 문 밖에 사진과 함께 메뉴가 있고, 식당 안에도 메뉴판이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물론 전 메뉴 보지도 않고 왕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왕돈까스를 먹은건데 그 사이에 가격도 제법 많이 올랐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메뉴판 아래쪽에 셀프로 가져다 먹는 반찬들이 잔뜩 있고, 테이블 서랍을 열면 식기가 들어있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주문을 하자마자 총알같이 가져다주신 스프를 후루룩 비우고는 고추와 김치를 접시에 덜어다놨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 가면 음식이 금방 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사람이 없을 때 가서인지 유난히 늦게 나온다 싶습니다. 실제로는 음식이 나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혼자 앉아있던 제게만 길게 느껴진거겠지요.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나니 오랜만이라 그런건지 너무 낮섭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점시 한 쪽에 자그마하게 밥이 담겨있고 그 옆으로 피클 세 조각과 통조림콩, 마카로니와 샐러드 조금이 놓여있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돈까스 단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잘라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음식이 나온 후에 낮설다고 한건 제가 시킨게 왕돈까스인데 별로 왕돈까스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9,000원인데 푸짐한 맛이 너무 없어졌네요. 차도 없던 대학생 때 처음 남산돈까스에 갖던걸로 기억하니 십수년 전에 처음 먹었고, 더 어린 시절에 먹었던 썰어먹는 돈까스 생각이 나는 맛이라 가끔 생각났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남산돈까스 왕돈까스


 명동 쪽에서 남산 소파길을 올라가다보면 길 오른편으로 식당들이 많고, 남산돈까스를 표방한 식당도 여럿 있습니다. 이 중 어느 식당이 맛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우연히 처음 간 식당이 이 곳이라 가끔 갈 때마다 같은 곳으로 들어갈 뿐입니다.[각주:1]



 사실 이 날 왕돈까스가 먹고싶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 5년 동안 왕돈까스가 먹고싶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5년 전 대선날, 그러니까 2012년 12월 19일에 왕돈까스를 먹었습니다. 남산에서는 아니었고 대학로에서 성북동 넘어가는 길에있는 기사식당에서 왕돈까스를 먹었습니다. 그 날 왜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는데, 투표를 한 후에 대학로에 있던 벙커1에 가고싶은 마음에 그쪽을 향했던거 같습니다. 밥은 먹어야할꺼 같아서 쌍다리기사식당에 가다가 길가에 있던 길가의 기사식당을 보고 충동적으로 차를 세우고 식사했던듯합니다. 일행과 함께 기분좋게 밥을 먹고 대학로 다시 들러서 잠시 차를 세우곤 벙커1에 들어가서 차를 한 잔씩 사먹은 후에 돌아왔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날 저녁 이후로 한동안 너무 우울했었고, 지난 5년간 가끔 그 시절이 기억나면 다시 쳐지곤 했었습니다.


 엊그제 선거일에는 이케아에 갔었습니다. 쇼룸을 둘러보다가 식당에 가서 별 생각없이 돈까스를 시켜먹었는데, 한참 먹다가 생각해보니 5년 전 그 날도 돈까스를 먹었다는게 생각났습니다. 괜히 선거날 같은 음식을 먹고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찜찜해져서 이케아에서 돌아와서 저녁 8시가 될때까지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8시 직후에 출구조사 발표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광화문 풍경을 올렸던 포스팅에서 말씀드린것처럼 득표율이 이래저래 좀 아쉬운건 사실이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너무 잘 해주고 계셔서 이제 2012년 12월 19일의 기억이 더이상 가끔 떠오를꺼 같지 않습니다. 이젠 마음 편하게 기사식당 왕돈까스를 사먹을 수 있을듯한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1. 실은 다른 식당을 한 번 간 적 있는데, 거기보다는 이쪽이 더 맛있어서 더이상 다른 곳은 시도해보지 않았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