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LUCK-KEY)] 청소하게 해주는 영화

Posted by 쪽빛아람
2017. 2. 16. 22:42 2017/Life


 방금 설거지를 끝내고 맥북에어 앞에 앉았습니다. 겨울 내도록 아니 지난 몇 년 길게는 십수년간 미뤄왔던 집안 곳곳 청소와 짐 정리를 최근에 열심히 했습니다. 청소 잘 하는편이 못되는 제가 이만큼이라도 치운걸 보시면 어머니가 놀라서 까무러치실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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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의 설거지된 그릇들을 보면 보관용기가 많은데, 실은 몇 년간 구석구석에 있어서 찌든때가 뚜껑 위에 쌓여있던 그릇들을 모아뒀다가 방금 마무리한겁니다. 설거지 전에 찌든때가 너무 많은 그릇들은 미리 식용유로 찌든때를 닦는다고 닦아뒀는데 설거지 하다 보니 잘 안닦이는 그릇이 몇 있어서 마르고나면 식용유로 다시 닦아줄 생각입니다.[각주:1] 지난 몇 주간의 집안 대정리가 일단락되어가는 설거지를 하면서 오랫동안 못하던 청소를 어떻게 해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유해진씨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는 영화 럭키(LUCK-KEY)입니다.


 옥수수 어플에서 설 연휴동안 하루에 한 편씩 최신 영화를 무료로 보여줬는데 작년에 개봉할 때 보고싶었던 유해진씨가 나오는 영화가 하길래 봤습니다.



 2016년 10월 13일에 개봉한 영화는 유해진씨가 주인공역의 냉혹한 킬러로 분한 영화입니다. 시작하는 장면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않고 의뢰를 해내는 킬러였다가, 영화 초반에 목욕탕에서 넘어지면서 기억을 잃는 바람에 순박하고 성실한 분식집 아르바이트 겸 단역 연기자로 더 많이 출연합니다. 이 때 기억을 잃은 유해진의 목욕탕 사물함 열쇠를 진짜 단역 연기자였던 이준이 바꿔치기 합니다. 처음에는 이준이 바꿔치키한 열쇠가 럭키(LUCK-KEY)인가 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두 사람 모두에게 바뀐 열쇠는 럭키였습니다. 개연성을 따지고들면 빈틈이 많을지 모르지만 반전과 코미디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게 인상싶었던 두 장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억을 잃는 바람에 신분증에 적혀있는 주소를 따라 자신의 집(실제로는 이준의 집)에 도착한 유해진이, 긴급출동으로 조윤희가 떠나고 혼자있던 몇 시간동안 너무 엉망이었던 집을 말끔히 청소해버린 장면입니다. 기억을 잃는 바람에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있게 된 유해진은 종이에 자신을 알 수 있을만한 단서가 되는걸 하나씩 적어가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합니다. 그 첫 번째가 엉망인 집안을 청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윤희가 출동에서 돌아온 시점에 같은집이 맞나 싶을정도로 깔끔하게 집안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바뀐 사물함 속에서 자동차 키를 찾아서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따라 유해진의 집에 도착한 이준이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이준이 처음 들어섰을 때 깔끔한 유해진의 집이니만큼 드넓은 집은 먼지 하나 없을듯하게 잘 정리되어있었습니다. 그런 집이었지만 이준이 며칠을 지내고나니 서서히 원래 이준의 집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아무리 공간이 넓고 잘 정돈되어있었어도 사람이 치우지 않는데 어질러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오랜 시간동안 연기자로 성공하고싶어했던 이준이 긴 시간 노력했음에도 이루지 못했던 배우로의 성공을 기억을 잃어서 우연히 연기를 시작한 유해진이 몇 개월만에 어느정도 이루어냅니다.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사람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같은 얘기를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유해진이 성공할 수 있었던건 이준이 가지지 못했던 격투 능력과 함께 여러가지 운이 따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최소한 살고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정리하고 살아가는가의 부분에서는 다른 핑계를 대고싶지 않아졌습니다.



 출동에서 돌아온 조윤희에게 유해진은 '저는 청소를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청소를 하니까 기분이 좋아져요'라는 말을 건넵니다 놀란 조윤희의 눈빛과 만족스러워하는 유해진의 눈빛이 아직도 선합니다. 방금 설거지를 하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주간 방안을 정리하겠다고 구석구석 쟁여놨던 물건들 상당수를 버려야할 때는 힘들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습니다. 큰 쓰레기봉투 두 장을 채워서 버렸고, 수도없는 재활용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치워지고나니 조금 어지러진 부분을 치우면서 스스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질러놓고 산다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갑자기 삶이 변하라는 법도 없고, 정리 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깔끔하게 사는 분들이 보기에는 부족한게 많습니다. 하지만, 럭키 덕분에 설거지가 행복해진 혼자남입니다. 점점 정리해가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자랑할맘큼 잘 정리할 수 있는날도 올테고 영화 주인공만큼 큰 변화는 아닐지 몰라도 행복해진 만큼 삶이 좋아지겠지요.



  1. 찌든때가 심하면 세제로 닦는것보다 식용유로 찌든때를 녹여내는편이 효율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