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투리스모5와 눈길운전

Posted by 쪽빛아람
2017. 1. 10. 23:30 2017/Life


 페이스북 재난생존연구소가 올린 미끄러운 도로에서의 운전요령에 대한 영상을 봤습니다.


 눈길 운전이나 사고에 대한 글을 볼 때마다 예닐곱 해 전 겨울이 생각납니다. 안면도에서 교회 청년부 겨울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평일 진료를 마치고 몇몇 청년을 태워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해대교 행당휴게소에서 잠시 머물고 다시 출발할 때 즈음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련회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해미나 홍성나들목 중 한 곳에서 나갔어야 하는데, 해미에서 나가면 시골길을 제법 달려야하기에 조금 서둘러 갈 생각으로 홍성에서 나가겠다고 생각한 게 실착이었습니다.


 처음에 내린 눈은 도로에 쌓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꾸 내리다보니 결국 도로에 눈이 쌓였고 눈이 쌓인 고속도로에서 밤길운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고있는 앞차와 적당히 간격을 두고 2차선에서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내리는 눈 때문인지 안개마져 심해져서 앞차 형태가 보일락말락 하는 순간 갑자기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잡으면서 2차선으로 들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사고가 난 후에 1차선에 방치되고있던 차량을 뒤늦게 발견한 앞차가 피하기 위해서 갑자기 움직인 상황이었는데 2차선으로 들어온건 상관없었는데 급브레이크까지 밟은게 문제였습니다. 눈이 쌓인 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건 미끌어지겠다고 작정한거나 마찬가지라 감속도 쉽지 않았고, 사고 차량이 있는 1차선으로 피할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온 앞차를 피해서 갓길쪽으로 비켜가려고 시도했습니다.


 앞차는 갑작스러운 감속과 급격한 차선번경으로 이미 눈에 보일만큼 뒤뚱거리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저는 차를 잘 통제해서 앞차 오른쪽으로 비켜가려는 순간 앞차 조수석쪽이 제 차 운전석 후미를 치는 바람에 갓길 옆의 시멘트 벽과 충돌해버렸습니다. 충돌의 여파로 타이어가 아예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제 차는 멈출 때까지 바퀴 세 개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떨어져나간 바퀴가 뒷바퀴였고 그 바퀴 쪽이 바닥에 끌리면서 뒤쪽에 저항이 생기는 바람에 길 가에 멈춰설 때까지 차가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앞차와 직접적인 충돌만 없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꺼라는 아쉬움과 함께 그정도까지 눈길에 운전을 할 수 있었던건 순전히 그란투리스모5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순간 나도 같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큰일난다고 생각했고 차 바퀴의 그립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씩 차가 미끌어지려는데 맞춰서 핸들을 조작도 했습니다. 딱히 눈길에서 운전하는 요령을 이론으로 배운적은 없었지만, 게임을 해보겠다고 핸들 거치대까지 사서 즐기던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그란투리스모5에서 눈길 운전을 제법 많이 하면서 몸이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교육을 위해서 항공 시뮬레이션을 사용한다는데 눈길 운전을 위해서 잘 만들어진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것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한 때 핸들거치대를 설치해놓고 저녁에 들어오면 마음껏 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넓지 않은 방에 핸들거치대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커서 전부 본가에 가져다둔 상태입니다. 그란투리스모 7이 다시 나오면 플레이스테이션 4와 함께 구입해서 다시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 재난생존연구소에 올라와있는 영상Icy Road Safety라는 곳의 영상입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있는 영상을 보시면 실제 눈길 운전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잘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미끄러운 길일수록 차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게하기 위해서 차 바퀴와 노면과의 마찰을 잃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급브레이크나 갑작스러운 방향변경등을 하면 안됩니다. 차 바퀴의 그립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해야한다는 대전제를 염두에 두고 영상을 보시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