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감] 이런 감, 사먹을 분 계신가요?
오후에 어머니가 갑자기 감을 따먹어야겠다시며 저를 앞세워 나가십니다. 나가보니 부모님 댁 마주보는 밭 어귀에 감나무가 두엇 있습니다. 가끔 고추며 깻잎을 얻어먹던 할머니네 받입니다. 할머니가 아직 서울에서 안오신듯 하시다면서 손에 잡히는 감을 툭 툭 끊어내십니다.
올 해 한 번도 농약을 치지않아서 이런 모습이라십니다. 벌레니 거미줄이니 한 것들을 보듯이 씻어내고 바구니에 담으니 그 모습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걸 보신 어머니께서 감이 이런 뽐새면 누가 사먹으려 하겠냐고 물어보라십니다.
할아버지는 여든이 살짝 넘으셨었고, 할머니는 조금 안되셨답니다. 작년까지는 할아버지가 농약을 쳐주셨다네요. 한 해에 여덟 번은 농약을 쳐야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모양새의 감을 만날 수 있답니다. 작년까지는 할아버지가 농약을 쳐주셨는데, 올 해 이제는 그래주실 수가 없어졌습니다.
어머니가 하나 둘 따내실 때 제 눈에는 영 부족해보였습니다. 잘 씻은 감을 깍아내 입에 넣으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 한 해에 여덟의 농약을 친 감보다, 한 번도 농약을 치지않은 감을 먹고싶어하는 사람도 있을터입니다. 하지만 뭐든지 돈이면 살 수 있을꺼같은 시대에 농약을 치지않은 감 하나 시장에서 만나는건 하늘의 별따기일 터입니다.
재화가 돈으로 가치평가가 가능하고, 그런 평가를 통해서 서열짓는게 당연시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시대의 한계가 바로 돈으로 매개된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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