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Posted by 쪽빛아람
2016. 9. 18. 23:25 2016/Life


 주로 메고다니는 가방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패드 9.7인치짜리가 들어가는 크기의 메신저백이고, 다른 하나는 15인치 노트북도 거뜬히 들어가는 백팩 크기의 3-way 가방[각주:1]입니다. 둘 다 맨하탄 패세지라는 회사에서 나온 가방입니다. 튼튼하고 가볍고 무엇보다 검은색이라서 정장부터 청바지 혹은 7부바지까지 어떤 옷에 들어도 크게 무리없는 디자인입니다. 둘 다 2010년부터 쓰고있지만 아직 어디 한 곳 튿어진 데 없습니다.


 가방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최근에 잠시 고민을 했었습니다. 바로 사진 속의 노란 리본 때문입니다. 추석 전에 두 주 연속으로 결혼식장에 갔는데 검은 가방은 정장과 전혀 위화감이 없지만 가방에 매여있는 노란 리본이 괜히 신경쓰였습니다. 간혹 노란리본을 달고있으면 뭐라고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결혼식장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 된겁니다. 제가 덩치가 작은것도 아니고 곱상하게 생긴것도 아니라 여태까지 한 명도 제가 노란리본을 매고있다고 뭐라고 한 적도 없고, 있다고해도 신경쓸 제가 아니지만 다른이의 결혼식장에서 그런일이 생기면 혼주에게 괜히 미안할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참 슬펐습니다. 제가 예민한거라면 다행이지만, 그런 일을 직접 겪은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예민하다고만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쯤이면 노란 리본을 달고다니지 않아도 될만큼 밝힐 수 있을까요.


 추석 다음 날 외가에 갔었습니다. 그 날도 검은 메신저백을 메고 있었는데 재수를 하고 올 해 대학에 들어간 조카가 제 가방을 눈여겨 보는걸 봤습니다. 순전히 제 짐작이지만 가방 자체에는 특별한게 없으니 분명히 가방에 달려있는 리본을 봤을껍니다. 조카 녀석이랑 조용히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뭘 본건지 물어보지 못했는데 연락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1. 세 가지 방식으로 멜 수 있는 가방입니다. 등에 맬 수도 있고, 한쪽 어깨에 걸칠 수도 있고, 서류가방처럼 손잡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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