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는 말과 말의 해석

Posted by 쪽빛아람
2016. 7. 1. 22:45 2016/Life


 지난 밤에 청소를 하면서 50L 봉투 하나를 가득 채워서 버렸습니다. 그렇게 버린 봉투 안에 대학 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이 있었을 정도니 얼마나 여기저기 쓸데없이 가지고 다니던 잡동사니가 많았는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 봉투를 채우면서 아무래도 50L 봉투 두 개는 더 버려야할꺼 같아서 50L 봉투를 두 개 더 사왔다는 겁니다.


 어쨌든 그렇게 버리고 나니 너무 후련합니다. 아직 어제 버린 분량의 두 배는 더 버려야할만큼 남아있다지만 버린만큼 넓어졌고 그런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쪽이 막힌듯이 답답했던 마음이 방정리 후에 쓰레기를 내놓은 것 만으로 조금은 풀렸습니다.




 대학 때 같은과 동기들과 프리챌에서 커뮤니티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제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했던터라 은근히 글 쓰는 일이 많았지만 그 중에 유난히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왜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답답한 마음에 읽는 사람이 뭔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 엉뚱한 소리를 쓴 글입니다. 괜히 글에서 동생이랑 다녀왔던 북유럽 찾으면서 어쩌고 저쩌고 한 글이었습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익명게시판도 있었는데 왜 그걸 실명으로 올린건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재밌는건 그런 제 글에 답글을 단 사람이 있었다는겁니다. 단순히 뭔 소리냐고 묻는 답글이 아닌 제가 한 말을 자기는 다 이해한다는듯이 그에 대한 제법 그럴듯한 답변을 달았습니다. 답변을 읽은 저도 나름대로 그걸 읽고 또 답글을 달면서 둘이서 두어번 댓글을 주고받았더랬습니다.


 당연히 저희 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둘이서 뭔 소릴 하는건지 궁금해했고, 솔직히 저도 서로 댓글을 달았던 그 형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당시에는 제가 쓴 글은 저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었고, 그 형이 단 댓글도 제 나름대로 의미부여를 해서 이해했었습니다. 댓글을 단 형도 그 형 나름대로 제 글을 이해했고, 본인의 글을 달았겠죠. 그렇다면 그 글들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이해한바가 진짜라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그 형이 의도한 바가 진짜 의미일까요. 아마도 그 형이 의도한 바와 제가 생각한 것이 서로 달랐을테지만 누구 하나가 더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껍니다.


 답답한 마음에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게끔 쓴 글이었기에 그 글이 무슨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또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글을 못알아듣는다고 뭐라할 수는 없는 일이었을테지요. 적어도 해석도 못한 사람이 아닌 나름의 해석을 해서 답변을 한 형이 의도한 바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제가 한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일꺼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애써도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게 글이라지만, 좀 더 조심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종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