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vs기계]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올 해 세 살이 된 조카는 할머니집에 있는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합니다. 말도 제대로 못할 때부터 한참 울다가도 강아지 보러가자고 업고 나서면 울음을 그치곤 했습니다. 혼자서 곧잘 걸어다니는 지금도 지나가다가 큰 개가 있으면 무서워하면서도 어른들 손을 꼭 붙잡고 다가가서 구경하고싶어합니다.
1950년대부터 시도했던 전통적인 인공지능 연구인 특징공학에서는 기계가 무언가를 알아보게하기 위해서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보편성'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서양철학의 본질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강아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강아지가 무엇인지 설명해줘야만 했지만 '강아지'라는 언어로 표현된 대상을 설명하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아무도 조카에게 개가 무엇인지 설명해 준 적 없지만 조카는 할머니 집에 있는 동물과 길을 가다가 만난 큰 동물이 같은 강아지인것을 압니다. 인간 vs기계 책 속의 표현을 빌리면 '현실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큰 빅데이터를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여 지능을 얻'습니다. 기계학습에서는 인간의 이런 학습법을 '원샷 학습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렇듯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뇌가 물체를 인지하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본딴 인공지능 개발 방법이 바로 '딥러닝'입니다.
[인간 vs 기계]는 무엇보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부제에 충실한 책입니다. 프롤로그인 '어려운 천국과 쉬운 지옥'만 읽어도 '딥러닝'이 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딱딱한 책도 아닙니다. 총 13장의 책은 첫장부터 술술 읽힙니다. 로봇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서양철학사를 지나 라이프니츠와 비트겐슈타인까지 넘어가면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이세돌 vs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9장 즈음까지 읽고나면 인공지능과 딥러닝에 대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지자동화 산업에 대해서 다루는 10장부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13장까지는 자동화, 무인자동차, 부의 분배 등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변화할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카토피아 vs 카디스토피아'를 다룬 것처럼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를 단면적으로만 해석하지 않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68쪽에서 이야기하는 1900년 부활절 아침 뉴욕 5번가를 찍은 사진과 13년 후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 속 운송수단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1900년에는 딱 한 대의 자동차를 빼고 나머지 모든 운송수단이 마차였지만 단 13년이 지난 후 모든 운송수단은 자동차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 13년 사이에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이점'을 지났기 때문입니다.(270쪽) 인공지능도 다른 기술들 처럼 어느 순간 특이점을 지날 것입니다.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의 특이점이 지난 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요. 인류가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요. [인간 vs 기계]가 그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책이 들려주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그 해답을 찾아가는 시작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저처럼 인공지능이 뭔지 딥러닝이 어떤것인지 궁금한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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