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Posted by 쪽빛아람
2016. 3. 30. 09:04 2016/Life


 어제 진료를 마치고 동네 도서관 대출한 책 반납하러 가기전에 강남 교보문고에 잠시 들렀습니다. 볼 책이 하나 있어서 금방 확인만 하고는 서점을 휘휘 둘러보다가 새로운 이벤트를 하고있는걸 발견했습니다.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시 한변, 밥 한끼 캠페인'이라고 되어있는데, 멀리서 보곤 뭐하는건가 싶어서 다가갔습니다.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책장에 비치된 엽서에 손글씨로 시를 따라써서 붙이면 교보문고가 장당 200원을 기부해서 아프리카 케냐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군요. 최근에 유행하는 필사와 기부를 적절히 잘 접목시켰습니다. 급한일이 있는것도 아닌데 싶어서 책장에서 책을 꺼내들고 시를 골랐습니다.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이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중



 내용은 좀 다르지만, 제목만큼은 '시 한편, 밥 한끼'라는 캠페인 제목과 딱 어울리는 함민복 시인의 시를 옮겨적었습니다.


교보문고 시 한편, 밥 한끼


 잠시 멈춰서서 베껴쓴 엽서 한 장으로 멀리서 한 아이가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세상이 조금은 푸르러 지겠지요.


 베껴쓰기만 하고 돌아 나오려니 시인에게 미안해져서 시집들이 꽂혀있는 서가에 가서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뽑아들고 사왔습니다. 저녁을 밖에서 사먹을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도서관 다녀와서 방에서 차려먹었습니다. 1년에 한 권이라도 꼭 시집을 사서 읽자고 결심한 게 몇 년 전인데 그래도 어떻게든 한 권 이상은 사게 됩니다. 다행입니다.


 언제까지 하는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남 교보문고에 나가시면 잠시 멈춰서서 시 한 편씩 적으시지요.



덧붙이기.

점심시간에 교보문고에 나가서 엽서 하나 더 쓰고 왔습니다. 엽서 쓰라고 준비해둔 테이블이 글 쓸 때 많이 움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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