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례대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 민주당 당적을 가진 청년 국회의원은 보기 쉽지않겠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노원(갑) 예비후보 경선에서 장하나 현역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떨어졌고, 그 다음날인 18일 전라남도 순천 예비후보 경선에서 김광진 현역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패배했습니다. 고용진 노원구 현 지역위원장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각각 장하나 의원과 김광진 의원에게 예비후보 경선에 승리해서 후보가 되었습니다. 후보가 된 두 사람은 지역위원장과 시장으로 지역구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사람이었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애초에 지역구에서 무작위 여론조사로 실시된 경선에서 장하나 의원과 김광진 의원이 고용진 지역위원장과 노관규 전 시장을 이기는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외의 다른 당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김광진도 탈락, 다시 '청년' 없는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정의당에서도 청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합니다. 지역구에서 후보로 나선 사람들 중에는 당을 막론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고,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오늘 발표된 더불어 민주당 비례대표 중 B 순위인 정은혜 후보가 몇 순위를 받을지에 따라서 당선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오마이뉴스 기사 말미에 나온대로 정의당 비례대표 6번을 받은 정의당 조성주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1
19대 총선 당시 더불어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뿐 아니라 다른 정당들도 청년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민주통합당에서는 슈퍼스타K방식의 경선을 통한 비례대표 후보를 뽑았습니다. 남, 여 각각 2명 씩 총 네사람의 후보를 뽑아서 당선 안정권에 두 사람 위험권에 두 사람을 배치했고 안정권에 있던 김광진 의원과 장하나 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2012년 1월에 민주통합당에서 청년 비례 대표를 일반인중에서 뽑는다기에 저도 신청을 했었습니다. 슈퍼스타K방식으로 후보를 뽑는다는것은 평소에 정치랑 아무 관계 없이 살아온 사람중에 꼭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고, 그 이벤트의 이름이 락파티라는것은 누가 후보가 되는것과 별개로 이벤트를 즐겁게 진행하는 것으로 청년들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신청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편이 좋을꺼라는 생각으로 지원해봤었습니다. 애초에 요즘말로 흙수저인 사회적으로 약자인 청년을 비례대표로 뽑아서 청년들을 위해서 직접 일하게 하겠다는 취지였을터라 치과의사인 저는 락파티에서 뽑기 원하는 청년과 맞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락파티를 비롯한 각 당의 노력으로 19대 국회에는 청년 비례대표 출신 국회의원이 세 사람이나 있었고, 국회의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정치인으로 입문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그 당시 비례대표 뒷순위로 배치되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인 정은혜 후보가 이번 20대 비례대표 명단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바라보기에 따라서 그 당시 청년이라는 의제를 어느 당에서 더 효과적으로 사용했는가하는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 더불어 민주당이 청년이라는 의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저는 동의합니다.(직썰 청년정치의 상실, 말로만 '청년과 더불어 민주당' )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청년 비례대표를 뽑겠다고 시작한 경선 과정은 후보자 등록부터 참가비 100만원이라는 조건을 달면서 실패했습니다. 후보 등록 이후로 사람을 뽑아나가는 과정 또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었고, 결국 4인의 최종후보가 선정된 이후에 잡음이 터져나와서 사퇴한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 청년 후보들을 향한 발언들 또한 더불어 민주당이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청년들이 등돌리게 만들었습니다. (미디어 오늘 기사 더민주 청년비례도 엉망 “후보접수부터 다시 해야”) 이런 현상의 절정은 엉뚱하게 정상적인 경선의 과정을 거쳐서 공천에서 떨어진 두 현역의원에게서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공천에서 떨어지고도 장하나, 김광진 두 의원은 오히려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참가에 의미를 둔 청년 비례 대표였지만, 그래도 서류상으로나마 함께 경쟁했던 사이라는 생각에 장하나 의원과 김광진 의원의 이름이 보일때면 조금은 신경써서 보게 되었습니다. 장하나 의원은 제가 보고듣기로는 19대 국회의원중에 가장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닌 사람이었고, 김광진 의원 또한 의정활동이 시작하자마자 국회의원 평생 연금을 폐지하는 법안을 시작으로 얼마 전 더불어 민주당이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를 막기위해서 벌였던 필리버스터를 특별한 자료도 없이 5시간도 넘게 진행할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국회의원에 꼭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 있어야 한다던가 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19대 총선에서 여러 당들이 청년들을 위해서 애썼던 만큼보다 20대 총선을 치르는 현재 훨씬 못한 관심과 정성을 보인다는게 안타깝습니다. 19대 총선당시 청년 비례 대표를 위해서 경선에 참여했던 많은 청년들은 그 이후에 락파티를 평가하고 더 나은 제도를 위해서 스스로 애썼는데, 정작 정당에서는 그들만큼도 고민하지 않아 보여서 신청자의 한 사람으로 서운합니다. (오마이뉴스 민주당 청년비례 탈락자들 "락파티 끝났지만...")
그에 더해서 청년들을 대표해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정치인이 의정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어야만하는 현재의 상황도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지역구 의원에 비해서 비례대표 의원의 숫자가 적은 상황에서 단지 청년을 대표했었다는 이유로 다시 비례대표 후보가 되는것은 당연히 합당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지역구에 전략공천 등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지역에서 일하던 사람이 하는편이 바람직합니다.
지금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중을 늘리면 어떨까요? 지역구 의원을 줄이기보다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방향이면 더 좋을꺼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특혜가 많은 반면 국민 숫자에 비해서 전체 인원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개인 보좌관·전용차도 없는 스웨덴 국회의원들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기사 대한민국 국회의원 특혜에 대한 진실과 거짓 5) 적절한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중을 즐린다면 지역구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뽑히는 소선거구제로 인해서 표심과 차이나는 정당별 국회의원 비중도 줄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링크 19대 총선 정당별 특표율과 국회의원 비중, 주간조선 “일본·독일식 혼합형 선거제도가 해답”, 노컷뉴스 독일식 정당명부제, 정치권 고질병 고칠 '열쇠' 될까? )
실제 정당별 득표율과 너무 차이나는 국회의원 의석수도 문제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자체로도 나라를 위해서 별로 유리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국회의원이 다음번 선거에서 되려면 국회에서 일하기보다 지역구를 챙겨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가 아닌 지역구 사람을 우선하는게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과연 지역구 사람들만 대변하면 그걸로 충분한지가 의문입니다. 지역단위로 말고 직군별이나 나이대별 등 여러 결로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각각의 결들을 대변할 사람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각각의 결들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늘어나서 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여러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음 총선에서는 더이상 청년이라 불리우지 않을 제가 치과의사로 언젠가 치과의사만이 아닌 보건의료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보건의료인들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서 진정 필요한 법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국민들과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암울한 청년 정치인들의 모습을 되새겨봤습니다.
모쪼록 20대 총선에서는 국민들을 위해서 제대로 일할 좋은 사람들이 국민들의 표심이 잘 반영된 만큼 뽑히기를 바랍니다.
- 6순위로 비례대표 당선이 되려면 정의당이 12%를 득표해야한다고 합니다. 19대 총선당시 정의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은 10.30%를 득표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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