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만종 씨는 집이 서울이셔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사는 곳에 대한 질문입니다. 보통 '집이 어디세요?' 혹은 '어디에 사세요'라고 물어봅니다. 요즘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 혼자 살아서 치과 뒤편에 방 하나 얻어서 살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한 짧은 기숙사 생활은 재수하러 집으로 내려가면서 끝났습니다. 재수끝에 다시 입학한 대학교의 2인실 기숙사가 본격적으로 집을 떠난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학 다니는동안 하숙도 하고 밥을 사먹는 자취 생활도 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의 연도에서 시작한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직접 밥을 해먹으면서 살았습니다.
지금 살고있는 곳은 치과를 개원한 해 가을에 이사해서 여태까지 머물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를 마치면서 살던 방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치과 가까이로 옮겼습니다. 남자 혼자 살아가는데 왜 자꾸 살림살이가 늘어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 살던 곳과 달리 부엌과 방이 분리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에서 밥을 자주 해먹는 제게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1
대학생이 된 이후로 여태까지 혼자사는 공간을 '집'이라는 호칭으로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헷갈릴까봐 그렇게 지칭한 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머물고 있는 이 공간은 제게 '방'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기숙사방·하숙방·자취방이었고,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숙소라 불렀습니다. 지금 살고있는 곳은 시설만 보자면 그 시절보다 훨씬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저는 '집'이라 부르기를 주저합니다.
조카가 태어난 이후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본가에 다녀옵니다. SNS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읽는 분들이 헷갈릴까봐 '본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가족들과 얘기할 때는 여전히 '집에 간다'라고 합니다. 본가에 가면 한 곳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 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가는데, 창원에 도착하면 동생네 집에 머무는 경우도 있고 부모님이 살고계시는 함안으로 가기도 합니다. 양쪽 다 제게는 집입니다.
저에게 '집'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언제부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 없이 혼자있는 공간은 '집'이라고 부르기 싫었나봅니다. 혼자서 지내는 이 공간을 '집'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정말 혼자가 될꺼같아서 그런걸까요.
<표준국어대사전>
집
「1」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3」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
방(房)
「1」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기 위하여 벽 따위로 막아 만든 칸.
이 글의 첫머리에 있는 질문은 얼마전 새로 알게된 분이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직접 마주보고 있을 때 물어보셨다면 첫문단에 있는것처럼 대답하고 넘겼을텐데, 페이스북 메세지로 질문을 하셔서 그랬던지 그냥 그렇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 :
만종씨는 집이 서울이셔요?
저 :
이 질문에서 '집'이라함은...제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매일같이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거의 매일같이 잠들기도하는 장소를 뜻하는거지요? ^^ 그렇다면 서울입니다.
아...그러고보니까 O씨도 원래 집이 서울 아닌거죠?
그분 :
네 원래 집은 춘천이에요 ! 잠시 서울살이 중이랍니다 ^^
만종씨도 서울사시는구나 ! 서울인 반가워요 -*
- 책이 많다는건 잠시 모른체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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