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mbledore's Army (D.A.)

Posted by 쪽빛아람
2016. 2. 28. 08:36 2016/Life


 해리포터 시리즈 팬입니다. DVD가 아닌 블루레이로 전편을 소장하고 있습니다.[각주:1] 전편을 다 소장하고 있지만 가장 잘 안보게 되는 시리즈도 있습니다. 바로 5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입니다. 5편을 가장 잘 안보는 이유는 불사조 기사단 편에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로 등장하는 엄브릿지의 강압적인 여러 행동들 때문입니다. 볼드모트가 다시 돌아왔다는 진실을 알리고싶어하는 해리와 덤블도어를 막기 위해서 마법부에서 호그와트로 파견된 엄브릿지는 해리에게 체벌을 넘어선 고문 수준의 벌칙을 가합니다.


 영화나 책을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5편의 제목과 달리 이야기 속에서 불사조 기사단보다 여러가지로 훨씬 핵심역할을 하는 것이 '덤블도어의 군대Dumbledore's Army (D.A.)' 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만으로 부족함을 느낀 해리와 친구들이 해리에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받기위해서 만든 조직입니다. 5편 당시 마법학교 5학년이 된 해리와 그 친구들은 엄브릿지가 이론만을 가르친 그 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만 문제삼은것이 아니었습니다. 퀴렐, 록허드, 루핀, 무디 등이 가르쳤던 그 이전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도 그들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각주:2] 실제로 목숨을 걸고 마법으로 싸워본 해리의 경험을 전수받길 원했고 이야기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적절한 수업을 통해서 필요한 마법들을 습득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정하는건 어른들입니다. 그냥 어른들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들에게 위협적인 마법사로 자라나지 않기를 바라는 어른들이었습니다. 5학년이라고 나와있지만 1학년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이 아니기 때문에 작중에서 해리의 나이는 15살입니다. 해리와 함께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익힌 아이들 중에는 곧 성인이 될 상급생들도 있었습니다. 해리가 아니었다면 그들 모두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신을 지킬줄 모르는 성인 마법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호그와트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둠의 마법사와 싸워서 이길 능력을 지니는지 여부보다 더 제가 주목하는 점은 덤블도어의 군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아이들의 정체성을 마법부 장관인 퍼지가 자기가 원하는대로 규정한다는 점입니다.[각주:3] 애초에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신의 정적(이라고 혼자만 생각하는) 덤블도어를 견제하기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합니다. 자신이 가장 집중해서 막아야 할 상대인 볼드모트는 제대로 상대할 줄도 모르고 상대할 의지도 가지지 못하면서 협력해서 볼드모트를 막아야 할 덤블도어를 견제하는데 온 힘을 쏟느라 아이들을 자기 입맞대로 판단해버립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이야기 속에서 엄브릿지가 학생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수업만 진행하는 대목에서 저는 언론이 통제되었다던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렸습니다.[각주:4]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해리와 친구들이 모임을 결성하고 만남을 가짐에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각종 규칙들을 정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역시 직접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정작 마법부가 온 힘을 다해서 싸워야 할 볼드모트에 집중하지 않고 마법부 수장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덤블도어와 싸우는데 정신이 팔린걸 보면 그런 면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엄브릿지는 정말 볼드모트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믿었냐는 것입니다. 마법부 장관인 퍼지 역시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말이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덤블도어의 계략이라고 생각한걸까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보고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이야기 속에서 엄브릿지의 강압적인 여러 행동들이 싫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야기의 구성상 어쩔 수 없지만 엄브릿지의 행동들은 영화 말미에 적절한 응징으로 해소됩니다. 하지만 엄브릿지가 자신의 잘못을 응징받고 퍼지가 결국 자리를 잃었다고 마법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인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고서야 이제 겨우 싸워야 할 적을 제대로 직시하기시작했다는 이야기 말미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편은 더 손이가지 않나봅니다.



  1. 블루레이를 보기 위해서 플레이스테이션3를 구입했습니다. 절대로 그란투리스모를 하기 위해서만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쿨럭 [본문으로]
  2.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 꼭 대인 마법 방어만을 수업해아하는건 아니기에 루핀의 수업이 부족했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으로]
  3. 엄밀하게는 해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도록 덤블도어가 부추긴 면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4. 불사조 기사단이 출간된 해 뿐 아니라 영화로 나온 2007년만해도 미디어 관련법이 개정된 2009년 이전이라 아직 우리나라 언론이 이정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