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필리버스터] 국회의사당 앞에 다녀왔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통한 제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중입니다. 그에 호응해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 필리버스터가 어제밤부터 한다는 글을 보고 오전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국회의사당역은 처음 가봤는데, 9호선 답게 깔끔합니다. 제주관광정보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계7대자연경관'이라는거 선정당시에 이래저래 논란이 많았고 선정 재단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국회의사당역에 있는 제주관광정보센터에 버젓이 '세계7대자연경관'이라고 붙어있는걸 보니까 신기하네요. (아이엠피터님의 관련글)
9호선은 뒤늦게 생긴 노선이라 아무래도 지하 깊이 만드는 관계로 많이 올라가야합니다. 아무도 없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혼자 올라가다보니까 지상 밖으로 탈출하는 기분입니다.
국회의사당은 어릴 때 수학여행으로 단체관람 해보고, 몇 년 전에 동기인 친구 데리러 차가지고 국회 뒤편에 잠시 들어갔다나온 두 번만 들어가봤습니다. 이렇게 걸어서 국회 앞에 간 경험은 처음입니다. 조용히 팻말만 들고계신 분들도 많고, 목소리로만 혹은 엠프를 틀어놓고 의견을 말하는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아무리 그렇지만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큭게 앰프로 말씀도 하시고 노래도 부르시고 기도도 하시던 분들은 좀 너무한다 싶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여의도로 출발할 때까지만해도 딱히 발언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간 것은 아닙니다. 마침 오후진료 전까지 시간이 있었고, 방송으로 보기만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국회의사당 앞까지 갔습니다. 가는동안 국회 본회의 방청이 가능하다는것을 알고 방청을 하고싶었는데, 방청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소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본인이 살고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연락하면 소개받는거 자체가 크게 어려워보이지는 않은데, 따로 준비없이 당일에 가능해보이지는 않아서 방청은 포기했습니다. (국회 본회의 방청방법 설명글)
제가 12시경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했을 때 본회의장에서는 제가 새벽에 잠들기 전에 무제한 토론을 시작한 은수미 의원이 9시간을 넘어서 10시간을 향해서 계속 발언하고 있었습니다. 시민 필리버스터는 한 여자분께서 발안하고 계셨는데 30분 즈음에 잠시 휴식을 위해서 내려오셨습니다. 연이어서 사진 속의 남자분께서 앞에 서계시다가 마이크를 받아드시고 잠시 발언하셨습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발언할 분이 많지 않으셔서 전혀 계획에도 없었지만 저도 잠시 마이크를 잡고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따로 준비한 내용이 없어서 어제 블로그에 올렸던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국회가 구성되어서 숫자로 밀어붙이는 국회 운영말고 필리버스터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협의를 통해서 법을 만들어나가는 국회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발언을 마치고 마이크를 넘긴 직후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동인 이어오시던 무제한 토론을 마치고 내려오셨습니다.
한시까지 있다가 돌아나오는데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서 모여있는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들 말고 조금 뒤쪽에 무전기를 들고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뭐하는 분들일까요.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잠시라도 국회의사당 앞에 직접 다녀온 것은 제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이 그 형태로 제정되는건 불합리하다는 제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걸 막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의한다는 표시였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있을꺼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제 생각에 동의해야한다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정당한 방법으로 표현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가 그 생각을 억압할까봐 미리 조심해야하는 사회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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