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Posted by 쪽빛아람
2016. 2. 9. 22:55 2016/Book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유유 출판사

김정선 지음



 1월 마지막 날 강남 교보문고에가서 책을 샀습니다. 대학다닐 때는 하도 서점에 자주가다보니 한번에 여러권씩 책을 사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서점에 더 가까이 사는 지금은 오히려 책을 몰아서 구입합니다. 서점에 들리면 여러 경로로 알게되어 궁금해서 목록을 만들어두었던 책들을 둘러보고 꼭 관심분야가 아니어도 새로 나온 책들이나 광고하고있는 책들을 둘러보고 그냥 돌아옵니다. 구입하는 모든 책을 다 읽어낼 필요가 없다는걸 머리로는 알지만 선뜻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서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구입해야겠다는 뜻에서 일부러 구입을 미루기도 합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구입할 유난히 고민되던 유유에서 나온 김정선 작가의 책 '동사의 맛'을 지난 1월달에 새로나온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와 함께 구입했습니다. '동사의 맛'이야 손에 잡히는 곳에 두고 한 꼭지씩 읽어나가야 할 책이라 책상 한켠에 올려두었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설렁설렁이라도 빨리 한 번 읽고싶어서 설 연휴를 보내러 본가에 내려오는길에 챙겨왔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딱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글쓰기와 관련해서 뛰어난 부분을 굳이 하나 들자면 이과생치고 똑같은 내용을 최대한 늘려서 쓰는 기술은 좋은 편입니다. 학창시절 원고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된 기술이 대학입시를 위해서 논술을 쓰던 시절에 발전했습니다. 당연히 좋은 글을 쓰는것과 전혀 관계없는 기술입니다.


 뛰어난 문재가 없다는걸 아는터라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최대한 명료하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니 자꾸 제가 쓴 글이 눈에 밟힙니다.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기 전만해도 어떤 내용을 쓸 지가 걱정이었지 표현 방법을 고민한 적은 없었는데, 하루하루 채워나가면서 자꾸만 제가 쓰는 글이 마음에 안듭니다.[각주:1]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책상 바로 옆 책장에 꽂아두긴 했는데 그 책은 꼭 경전같아서 바로바로 적용하기 위해서 읽는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딱 지금의 제게 필요한 책입니다.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교열 일을 한 저자가 쓴 이 책은 실용적인 부분과 창작된 이야기가 한 편식 번갈아 나오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을 모아둔 실용적인 부분이 책의 주 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펼쳤습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고해서 '적·의·것·들'에 대해서 나옵니다. 되도록이면 쓰지 말아야한다고 머리 속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글을 쓰다보면 자꾸만 사용하게되는 대표적인 표현이 맨 앞에 나왔기에 자연스레 책에 몰입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꼭지씩 번갈아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니까 오히려 그쪽에 푹 빠져서 '적·의를 보이는 것·들' 부분이 끝난 이후로는 실용적인 부분은 쏙 빼먹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만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글 다듬기와 관련된 실용적인 부분들은 맨 앞의 '적·의를 보이는 것·들'과 김훈 선생을 들어서 얘기하는 '말을 이어 붙이는 접속사는 삿된 것이다' 부분과 '문장 다듬기 1,2'만 읽었지만 읽은 부분들은 제게 잘 맞는 팁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글쓰기가 무엇이고 글을 고친하는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던 제가 푹 빠졌던 이야기 부분이었습니다. 설 연휴 직전인 2월 5일 금요일 저녁에 김응교 선생님의 책읽기 강연인 '독자의 탄생'을 듣고왔는데 엉뚱하게도 강연 중간에 제게 던지신 질문 덕에 글쓰기에 대한 고민만 잔뜩 떠앉고 연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해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고나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곁에 두고 몇 번씩 찾아읽어도 도움이 되겠고, 머리가 무거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만 읽어도 충분히 즐거우실 껍니다.



  1.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서 블로그라는 이유로 퇴고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맞춤법에 너무 벗어나지 않는 수준만 겨우 채우고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