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에서 만나는 수학

Posted by 쪽빛아람
2016. 2. 19. 23:20 2016/Book


 학창시절에 수학을 싫어하는편은 아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수학을 교과서로만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교과서에서 만난 수학이 도저히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교과서 밖에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분수를 처음 배우던 초등 아니 국민학생시절에 분수의 의미가 뭔지 혼자서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실에서 마산 앞바다를 멀리서나마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던 임대아파트 식탁에 앉아서 '3미터에 5백원인 전선 7미터는 얼마인가'와 비슷한 형식의 문제를 놓고 500을 3으로 나눈 후에 7로 곱해주면 된다는 풀이가 처음에는 이해가 가다가, 다시 생각하면 헷갈리고 또다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과정을 머리속으로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각주:1]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미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는걸 좋아했던터라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수학 관련 책들도 상당했습니다. 학교에서 다루는 여러가지 수학 개념들을 역사나 실제 사례들과 함께 다루는 책들도 있었고, 고등학교 과정보다 조금 더 깊은 수준까지 짚어주는 책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을 정상적으로 다 마쳤어도 이해했을지 알 수 없을 내용들이었지만, 괜히 빌려서 가지고 있다가 반납하곤 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이야 지금도 꾸준히 빌려보지만, 수학 책을 다시 빌려본 건 지난 가을부터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수학 얘기를 하는 선배님의 글을 종종 읽다가 도서관에서 눈에 띈 수학책을 빌려서 읽은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때 빌려본 책 중의 하나인 '수학 세상 가볍게 읽기'를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즈음에 헌책방에 갔다가 박경미 교수의 수학콘서트 문고판이 눈에 띄길래 구입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자가 신간 '수학N'이 새로 나왔다고 출판사에서 페이스북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2015/09/08 - [2015/Book] - [리뷰]수학 세상 가볍게 읽기


 상품에는 큰 욕심 없는데, 이벤트로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라는게 재미있어서 페이스북에서 첫 번째 문제를 풀었는데, 하나만 풀라고 되어있어서 두 번째 문제는 풀어놓고 일부러 답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 푼 얘기가 하고싶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②_(2) 한 학생이 선생님께 세 딸의 나이를 물었다. 선생님은 세 딸의 나이를 곱하면 36이고 더하면 너희 집 주소라고 답했다. 그러자 학생은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제일 큰 딸은 피아노를 친다고 답했다. 세 딸의 나이는 몇 살인가?



 그냥 대충 읽으면 도무지 알려주는것도 없이 세 딸의 나이를 물어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숫자가 들어간 문제이긴 한데 수학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제법 많은 정보를 주고 있고 중·고등학교에서 다루는 수학의 범위안에 분명히 들어가는 문제입니다.


 우선 세 딸의 나이가 곱해서 36이라는 부분에서 36을 소인수분해를 우선 해야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36 = 2 x 2 x 3 x 3


 딸들의 나이는 2나 3을 적절히 사용한 곱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1은 곱셈의 항등원이기에 1살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조합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1,36) (1,2,18) (1,3,12) (1,4,9) (1,6,6) (2,2,9) (2,3,6) (3,3,4)

 각각의 조합의 합은 38,21,16,14,13,13,11,10 입니다.

 문제 속 학생의 집 주소가 13이 아닌 다른 조합의 합 중 하나라면 학생은 바로 딸의 나이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은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주소가 13이기 때문에 딸들의 나이가 1살, 6살, 6살인지 아니면 2살, 2살, 9살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대답인 '제일 큰 딸은 피아노를 친다'는 표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딸은 한 사람이라는것을 알 수 있고 그 조건에 맞는 나이는 2살, 2살, 9살입니다. 


 제가 괜히 소인수분해, 항등원 이런 단어를 써서 그렇지 실제 풀이는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 내용이고 혼자 생각하거나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어렵다기보다 재밌다고 느낄법합니다. 이렇게 교과서 밖에서 수학을 만나다보면 좀 더 친근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1. 숫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특정 길이의 어떤 상품 가격에 대한 문제였다는건 기억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