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7단계

Posted by 쪽빛아람
2016. 1. 6. 23:39 2016/Life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교회 중고등부에서 여름수련회를 단독으로 가지않고 부산에서 열리는 연합수련회에 참석했습니다. 부산 영도에 있는 고신대학교에서 열린 수련회였는데, 한여름에 갑자기 수도사정이 좋아지지 않아서 씻기 힘들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상황 자체는 어려웠지만, 여러가지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선택특강 시간에 직접 선택해서 들었던 두 번의 강연이 둘 다 세손가락안에 꼽힙니다. 하나는 직접 선택해서 들어갔던 북한에 대한 강연이었고, 다른 하나는 딱히 선택할게 없어서 들어갔던 사랑에 대한 강연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연은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북한에 대해서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한 첫 번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선택했던걸로 기억되는 사랑에 대한 강연 또한 아직 사랑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던 중학교 1학년에게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오시자마자 어려운 형편에도 가장 먼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부터 구입하셨다고 자기 소개를 하셨던 강사분[각주:1]은 사랑을 전부 7단계로 나눠서 얘기해주셨습니다. 각 단계별로 간단한 영어로 표현하시고 그렇게 상징한 이유를 알려주셨는데, 어린 마음에 '사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단어인 'like'와 'love'가 중간 즈음에 나오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을 듣고있던 중고등학생들에게 어느정도 단계 이상의 사랑을 하려면 성숙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영향으로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때 '사랑한다'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도 표현은 항상 '좋아한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소중한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분명히 강연을 들으면서 각 단계 정도는 적었을텐데,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가끔 그 강연에서 들었던 사랑의 7단계가 뭐였을까 혼자 떠올려보곤 했는데, 얼마 전 인터넷에서 '사랑의 7단계'라고 하는 사진을 봤습니다. 예전 기록이 없으니 어린 시절의 강연에서 봤던 것처럼 간단한 영어문장으로 되어있다는 점과 전부 7단계라는 것 그리고 like와 love가 중간 즈음에 나오는걸로 봐서 제가 강연에서 들었던 '사랑의 7단계'라고 짐작해 볼 뿐이지만 그래도 괜히 반가웠습니다. 


1. I meet you

2. I think you

3. I like you

4. I love you

5. I want you

6. I need you

7. I am you


  1. 목사님이셨다고 추측만 할 뿐 성함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