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을전어
본가에 내려와서 전어회를 먹었습니다. 보통 횟집에가서 한 접시 먹고오는데, 이번에는 마산 어시장에서 회를 떠다가 집에서 먹었습니다.
어른들이 계시다보니 급하게 사진을 찍어서 초점이 흐린 사진도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아이스박스에 포장된 상태, 뼈채썰기(세꼬시)한 전어, 뼈 없이 길게 썬 전어, 그리고 전어만 먹으면 서운할까봐 한 마리 잡은 농어 입니다. 서울쪽에서 회를 포장하면 적당한 1회용 용기에 무우채를 깔고 담아주는데, 경남쪽에선 포장을 하면 꼭 사진 속에서와같은 얇게 썬 나무처럼 보이는 재질로 감싸서 넣어줍니다.
경남에서 나고 자란터라 경상도식으로 막썬 듯한 회에 익숙합니다. 경상도의 횟집에선 보통 사진속의 농어처럼 어린아이 손가락 굵기정도로 제법 두껍게 썰어서 나옵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회를 신선한 상태로 먹는걸 선호하는터라 저정도 두께로 썰어서 먹으면 갓잡은 생선의 씹는맛이 극대화 됩니다. 이에비하면 서울에서 회를 먹으면 조금 얇고 넓게 썰어져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지금은 노량진 형제수산에서 판매하는 모듬회 스타일로 적당히 숙성시킨 회를 사진속의 농어정도로 두껍고 서울에서 먹는 회들처럼 두껍게 썰어진 한 점만 입에 넣어도 충분할 정도 크기의 회에 익숙해졌습니다.
잘 숙성시킨 회를 크게 한 점씩 먹는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는 어류도 있습니다. 전어가 그렇습니다. 전어는 붕장어와 함께 뼈채썰기로 자주 먹는 어종입니다. 아무래도 뼈채로 씹어먹으면 두껍게 썰기 부담스러우니 얇게 썰어서 먹습니다. 아래 사진 속의 전어도 보면 왼쪽편의 뼈채썬 전어들보다 아래쪽에 놓인 뼈없이 썬 전어가 좀 더 두툼합니다.
가을전어라는 말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2000년대 중반 넘어서부터 수도권에서도 가을에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2010년 이후로는 가을이되면 전어 가격이 너무 비싸집니다. 예전에는 싼 맛에 가을되면 몇 번 챙겨먹었는데, 이제는 찬바람이 불때 쯤 본가에 내려오면 꼭 챙겨먹지만 그렇지 않으면 거르고 넘어가는 해도 있습니다.
전어회를 먹기엔 지금이 딱 제철입니다. 무더위가 딱 한 풀 꺽였을 때부터 시작해서, 낮에는 더워도 아침저녁에는 추워서 자기전에 꼭 창문이 닫쳤는지 챙기게되는 시기까지가 전어를 회로 먹기에 좋습니다. 전어뼈가 아직 으세지 않아서 뼈채썰기로 먹기도 좋고, 아직 겨울준빅 제대로 시작되지 않아서 너무 기름지지도 않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추워지면 회보다는 전어구이가 맛있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서 기름진 가을전어를 직화로 조리하면 떨어진 기름 때문에 연기가 너무 많이나서 굽기가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렇다고 프라이팬을 사용해서 구우면 가을전어 느낌이 살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연기 없이 장어를 굽기 위해서 위쪽에서 가스로 열을 가해서 굽는듯이 조리하면 간편하게 직화로 구울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가정집에서 구워먹을만한 요리는 아닌 셈이죠.
'봄도다리, 가을전어'라고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생선은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몸에 지방을 저장하는 시기인 가을이 맛있다고 합니다. 특히 가을에 먹는 생선회는 갓잡은 생선을 먹기보다 잘 숙성시켜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조금 더 서늘해지면 형제수산에서 회 포장해다가 먹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어시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마산 어시장은 올 해 전어가 많아서 가격이 예년보다 싼 편입니다. 포장해오는데 1kg 당 12,000원이었습니다. 더 서늘해지기 전에 가을전어 한 접시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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