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과 제로섬 게임

Posted by 쪽빛아람
2015. 8. 8. 22:34 2015/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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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순이후로 근 한 달 간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혼자 살고있는 방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앞 건물과의 간격이 넓지 않아 창문을 통해서 바람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터라 창 바로 앞에 작은 선풍기를 세워두고 밖에서 안으로 바람이 들어오도록 돌려둡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가서 샤워하고 선풍기앞에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나름 선선합니다. 그러다가 마주보고있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면 갑자기 선풍기 바람이 뜨거워집니다. 앞집은 베란다에 실외기를 설치해놨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베란다의 실외기에서 나오는 바람은 창을 통해서 바로 밖으로 배출됩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1미터 조금 넘게 떨어져있는 제 방에서 바로 뜨거운 바람이 느껴집니다.


 에어컨 소리와함께 뜨거운 바람이 느껴질때마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들었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에어컨도 없는 교실에서 천장에 붙어있는 네 대의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며 수업을 듣다보면 자연히 뭐라도 붙잡고 부채질을 하게됩니다. 그런데 제로섬게임이라고 하시면서 유난히 수업시간에 부채질을 못하게 하시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사람이 부채질을 하면 부채질 하느라 근육이 움직여서 몸에서 열이나고, 본인은 부채질로 조금 선선해질지 몰라도 옆사람은 몸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오히려 더 더워진다는 설명을 하셨습니다.


 엄밀하게는 선생님의 설명은 틀렸습니다. 수업을 하고있던 교실이 닫힌계도 아니고, 부채질을 하는 상황이 제로섬 게임의 상황도 아닙니다. 물론 그 시절에 선생님 설명이 틀렸다고 주장하지는 못했습니다. 논리도 부족했지만, 그정도 일로 선생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만한 분위기도 아니었으니까요.


 요즘처럼 더운날 에어컨을 틀었다고 뭐라고 하고싶은것은 아닙니다. 실외기 설치장소나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단순히 제 방으로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는 문제가 아닌 지구 전체로 봤을 때 분명히 에어컨을 트는 행위는 제로섬게임을 이상으로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에어컨 없이 살아갈 수는 없으니 인간은 정말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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