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정말 한 달을 위해서 7년을 살아가는걸까?

Posted by 쪽빛아람
2015. 8. 3. 23:55 2015/Life



 주말 오후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 매미를 봤습니다. 지난 주일 밤에 방으로 들어오는길에 동네 작은 공원 옆을 지날 때 매미소리를 들은 순간 새삼스럽다 싶었습니다. 분명히 여름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임이 분명한데 그 날 이후로 매미소리가 들릴 때 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도 매미가 어디쯤에서 우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주말 오후 도서관에 가는 길에 드디어 매미를 직접 봤습니다.




 실은 매미부터 본 것은 아닙니다. 매미는 눈에 잘 띄지 않잖아요? 햇살은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소나기가 잠시 내렸고, 주변의 여러 곳에서 매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걸 머리속에 떠올린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바로 옆 나무를 봤습니다. 그 순간 매미가 탈피하고 난 껍질(로 짐작되는 흔적)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같은 나무 옆을 살폈더니 내미가 떡 하니 붙어서 울고 있더군요. 날아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아이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경계를 해서인지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울음을 멈췄습니다.




 매미도 종류가 여럿일텐데 이왕이면 좀 더 자세한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머리부근과 가슴 부근은 녹색을 띄고 배가 시작하는 부분에 하얀색 띄가 보이는 것이 곤충강 노린재목 매미과에 속하는 참매미(Hyalessa fuscata)인 듯합니다.[각주:1] [각주:2]



 문득 매미의 일생이 떠올랐습니다. 7년을 땅 속에서 자라면서 나무 위에서 노래하는 일주일(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한 달 가량)을 준비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미의 일생은 노래하는 한 달을 위해서 땅 속의 7년을 모두 쏟아붓는 것처럼 묘사를 많이 합니다. 정말로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노래하는 한 달을 위해서만 존재할까요?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노래하는 한 달의 시간이 없다면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낸 7년 간의 시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일까요?



 매미를 본 후에 도서관에 갔습니다. 도서관에선 미쳐 생각하지 못했는데, 매미 사진을 다시 보고 있으니 무더운 날 도서관까지와서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 공부한 무언가가 결실을 맺는 순간을 위해서 힘씁니다. 그런데 원하는 결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부한 시간들, 그리고 그 노력들은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할까요?



 매미를 본 것은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나온 직후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천국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 땅에서의 삶은 죽은 후 천국을 위해서만 존재할까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는 천국이 있기 때문에 이 땅에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묵묵히 참아내면서 열심히 살아가야만 할까요?




  1. https://ko.wikipedia.org/wiki/참매미 [본문으로]
  2. 순전히 사진만 가지고 판단한것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