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은 스트라이다 자전거의 별명입니다. 스트라이다는 영국의 마크 샌더스라는 사람이 발명한 접는 자전거의 이름입니다. 단순한 구조로 인해서 익숙해지면 접고펴는 시간이 놀라울만큼 짧습니다. 어느 시점엔가 특허가 풀려서 유사한 형태의 자전거가 국내 회사에서 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접었을 때 두 바퀴가 나란히 배열이되어서 밀고갈 수 있다는 특징과 자전거 무게가 가볍고 접었을 때 부피가 작아서 접는 자전거중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종류입니다.
케이스에 쌓여서 보관만하고있던 스트라이다를 오늘 동생에게 빌려줬습니다. 자전거로 퇴근을 했으면 한다면서 스트라이다를 구입할까 한다기에 일단 타보고나서 구입을 결정하라면서 제 자전거를 가져다 줬습니다.
스트라이다가 정품가방 안에 곱게 들어있는 상태입니다.
정품가방은 이렇게 보관할때는 좋은데, 스트라이다를 빼고나서 다시 넣으려할때면 어느방향으로 넣는건지 항상 헷갈립니다. 누군가에게 케이서를 펼쳐서 들라고 하곤 제가 스트라이다를 번쩍 들어서 이쪽 저쪽으로 넣어보고 더 맞는거같은 방향으로 넣습니다. 넣고나서보면 당연히 그 방향인거 같은데 이상하게 넣을때마다 헷갈리더군요.
보관함에서 스트라이다를 빼면 딱 이 모습으로 접혀있습니다. 예쁜 무당벌레 벨과 안장용 가방이 보입니다. 검은색으로 감아둬서 자세히 보지않으면 잘 안보이지만 접었을 때 자국을 방지하기 위해서 검은 테이프로 안장 조금 윗부분을 감아두기도 했습니다.
펼치면 이렇게 예쁜 삼각형이 됩니다.
숙달되면 10초면 충분히 펼 수 있습니다. 제 자전거를 빌려가는 동생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서너번 해봐도 시간단축이 잘 안되더군요. 무엇보다 자석으로 고정되어있는 겹쳐진 두 바퀴를 떼어내는게 쉽지 않나봅니다. 예전 동호회에도 여자가 한 폰으로 풀기엔 아무래도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거기다가 브롬톤과 달리 숙달되지 않으면 접고펼 때 어느 부분을 잡고 조작해야할지 헷갈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쉽게 익혀지지 않나봅니다. 그래도 하루 이틀이면 숙달되겠죠?
접는 자전거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접는 자전거를 '접는게 의미있는 자전거'와 '단지 접히기만 하는 자전거'로 나눠서 생각합니다.
'접는게 의미있는 자전거'는 대표적으로 브롬톤과 스트라이다가 있습니다. 접고 펴는 과정이 단순하고, 접었을 때 부피가 작을 뿐 아니라 접었을 때의 이동성이 어느정도 확보되어서 언제든지 접어서 이동시키거나 실내에 보관하는데 부담이 없는 경우에 '접는게 의미있는 자전거'라고 봅니다. 브롬톤과 스트라이다 말고 다른 자전거중에는 바이크프라이데이에서 나오는 특정 모델과 브롬톤과 스트라이다의 형태를 가져와서 만든 다른 자전거들 정도가 '접기'라는 유용성과 '자전거로의 성능'이라는 실용성을 다 갖춘 모델입니다.
'단지 접히기만 하는 자전거'는 자전거가 접히기는 하는데, 접고펴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접었을 때 형태가 좋지 않아서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에 그렇게 분류합니다. 예전에 제 돈으로 처음 구입했던 국내회사의 26인치 접는 자전거는 접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바퀴가 너무 크고 접은 상태에서 이동시키려면 들고다니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차에 실어서 옮기는 경우가 아니면 일반 자전거처럼 실외에 묶어서 보관했습니다. 상당수의 접는 자전거들이 접었을 때 부피는 확실히 줄어드는데 단지 그게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접었을 때의 형태가 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보관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접은 상태에서의 이동의 용이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전거도 많습니다.
이 밖에 접었을 때는 편리한데 자전거로의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접는자전거를 처음 접했던 아버지 친구분 댁에 있던 두 대의 자전거는 접었을 때 부피도 작고 다 좋았는데, 바퀴가 너무 작아서 저전거 본연의 기능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자동차에 싣고다니다가 가벼운 거리를 왔다갔다하기에는 좋아도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구입해야하는 상황에서 선택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경우라서 자전거이지만 자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접는 자전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이유는 우리나라가 자전거 타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기에만 좋지 않은 환경인게 아니고 자전거 보관하기에도 너무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내 눈 앞에 있지 않으면 내 자전거가 아니다'라는게 자전거 도둑에 관한 제 신조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실외에 자물쇠로 묶어두는 순간 제 자전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나 자연히 접어서 실내에 보관 가능한 자전거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접는게 의미있는 자전거'와 '단지 접히기만 하는 자전거'를 구분하게 되었구요.
대학다니던 시절에 제가 번 돈으로 처음 구입한 26인치 바퀴를 가진 접히기만 하던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거창까지 며칠에 걸쳐서 달렸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한겨울에 그런 무모한 여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가면 조금 잘 준비하겠지만 또 여행을 떠날 겁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랑 어떻게 이별했는지는 설명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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