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학교에서 왜 우리는 가운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었나.
지난 20일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 국무총리가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하는 바람에 노인들이 계단으로 이동했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어린시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학생수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새로 신축하는 학교들의 구조가 다양하지만, 제가 다녔던 학교들은 전부 4,5층 높이의 길쭉한 모양으로 가운데와 양쪽 끝에 계단이 하나씩 전부 세 개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가운데 있는 계단과 출입구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삐삐가 유행하던 고등학교 시절 가운데 계단 중층에 있는 공중전화 위치 때문에 지나다닐 수 밖에 없던 경우와 가운데 계단을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 옥상에 올라가는경우 말고는 혼자서 자유롭게 가운데 계단을 오르내린 기억이 없습니다. 가운데 계단은 선생님 심부름이라는 미션을 받은 상태에서나 다닐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런 방침을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했으니 이유를 상상해봤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해보지만 결국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출입구와 계단을 학생들이 함께 사용했을 때 생기는 번잡함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짐작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에 있는 성인들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어도 되는걸까요?
학교 건물의 일부를 학생들이 사용하지 못하게하는 방침과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국무총리를 위한 엘리베이터 사용금지는 두 경우 모두 그 공간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의 문제와 통제가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학교가 학생만이 이용하는 곳이 아니고, 노인종합복지관도 노인만 활용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대상은 학생과 노인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안전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들의 사용을 제한하는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학생들이 가운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다는걸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던 시절입니다. 제 아이가 다닐 학교는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P.S. 위의 사진 세 장은 전부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 사진입니다.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따로 학교 사진이 없어서 행사 사진중에 건물이 보이는 사진을 다운받아서 올렸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을 없애서 많이 바뀌었네요.
'2015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 (0) | 2015.08.02 |
---|---|
[에스컬레이터 이야기2] 비상정지버튼 (0) | 2015.07.28 |
[한강다리밑영화제] 한강에 영화보러 갑시다 (2) | 2015.07.22 |
[종이접기의 추억] 라돈과 개구리 그리고 장미 (1) | 2015.07.15 |
[에스컬레이터 이야기1] 두줄 vs. 한줄 (0) | 2015.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