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Posted by 쪽빛아람
2015. 6. 27. 23:55 2015/Life




"잘 지내?"

"오 형~ 별일없죠~" "형은여"

"데이트한다고 바빴구나? ㅋㅋㅋ"

"ㅋㅋ 네~"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왔습니다. 금요일 밤차를 타고 내려오다보면 어두운 버스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종종 한동안 연락 못했던 사람들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기도 하죠. 생각난다고 다 연락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밤차타고 오는중이라 12시를 넘기기도 하는 상당히 늦은 시각이기 때문에 한밤중에 연락해도 실례가 안될만한 사이라야 문자라도 보내볼 수 있습니다.


 어제 밤 내려오는 차에서 한동안 못본 동생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보고 데이트 잘 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던터라 부담없이 그 얘기도 나눴습니다. 의례적으로 던지는 말인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말 안해도 되는 사이라 짧게 얘기하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베껴쓰기를 위해서 챙겨온 6월 23일자 한겨레 신문 사설을 읽다가 바로 그 아래에 있는 김소연 시인의 칼럼 '어떻게 지내니?'에 눈이 갔습니다. 칼럼에서 시인은 혼자에게 주어진 잘지내는 삶이 '도저히 정상적인 삶이 아닌 것만 같은 나날'이라고 하면서 그런 자신이 '몰염치'하다고 말합니다. 


 나라꼴이 이 모양인데, 저도 참 잘 지냅니다. 두달만에 내려온 집에서 혼자만의 삼시세끼를 잘 찍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두 달만에 훌쩍 자란 조카와도 한참을 놀아주었습니다. 지금도 조용히 거실아 앉아 바깥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수 노영심씨의 책 '선물'에 보면 하루하루 어떻게 지냈는지를 기록한 달력을 지인과 교환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교감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단순히 '잘 지내?'라는 인사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지내니?'라고 묻겠다는 김소연 시인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이왕이면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게 사치스럽지않은 그런 나날들이길 바랍니다.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신해철, <일상의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