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물결아카데미/과학과 신앙의 대화] 신경과학이 철학을 만날 때 -우리는 무엇인가?

Posted by 쪽빛아람
2017. 5. 11. 09:48 2017/Life


 어제 새물결아카데미에서 진행한 과학과 신앙의 대화 첫 번째 강좌를 다녀왔습니다. (페이스북, 새물결아카데미)


 강연자인 Liv Kim 박사는 한국과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오신 분이셨습니다. 새물결아카데미의 강연은 후원자에게 공개되는 경우가 많은터라[각주:1][각주:2] 강연 들으면서 간단하게만 메모한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전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이 아니라는걸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대체로 강연 내용을 따라가지만 중간에 제 생각도 들어가있고 다른 시간에 언급된 내용을 같이 기술하기도 했습니다.


 부제 '우리는 무엇인가?'는 R.데카르트의 'Sed quid igitur sum?'에서 시작된 물음이라고 합니다. 강연의 두 가지 핵심 테제는 첫째로 전통적 인간 이해와 신경과학은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것과 둘째로 전통적 인간 이해가 생각보다 견고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핵심 테제들은 강연자의 연구분야에 대한 주된 생각이 '강한 일인칭 시점'이라는 곳까지 이어집니다.



 강연은 '철학은 무엇인가?'로 시작했습니다. 연자는 철학은 의미에 대한 물음과 근거에 대한 물음이라고 설명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철학이라는 말은 유행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철학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철학자들이 물음을 던지지 않고 인생상담을 하고 자기계발을 논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그 빈자리를 오히려 과학자들이 메우고 있고 그런 경향의 극단으로 철학무용론까지 나왔답니다.


 철학무용론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게 이미 철학이고, 철학사에 남은 철학자들이 모두 당대 개별 과학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두 가지 답으로 철학이 소용없지않다고 답변을 하셨습니다. 철학 무용론이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인지 외국에서도 나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각주:3], 결국 철학은 필요하지만 철학자들은 소용없는게[각주:4] 우리 사회 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자는 전통적 인간 이해와 신경과학 그러니까 철학과 과학이 상호보완적이라고 하면서 정작 철학자와 과학자를 대비시키려 했지만, 과학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의 근본 원리는 동일하다고 혹은 백 번 양보해도 둘을 떼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크게 두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데모크리토스 등이 주장한 환원적 혹은 물질주의 그러니까 강한 자연주의적 이해입니다. 이 측면은 인간은 물질이 모인 유기체일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플라톤 등의 주장에서 시작한 전통적 인간상인데 이 측면은 인간에게는 유기체가 모여있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간 이해에 대한 두 흐름은 절대 서로 다가설 수 없이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새물결아카데미에서 계획한 강연의 총 주제 그러니까 '과학과 신앙의 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환원적 이해는 유신론과 공존할 수 없고, 전통적 이해는 유신론과 공존할 수'도' 있습니다.[각주:5]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어제 강연자는 이 두 이해 중 전통적 인간상의 흐름을 따릅니다.


 전통적 인간이해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이에따라 인간에게는 도덕적 행위와 책임 귀속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제 강연은 '우리는 무엇인가?'를 철학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주로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껴드는 방식이었는데, 자연히 인공지능이 자기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을것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에게 도덕적 행위와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당연히 연자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지능을 만든[각주:6]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강연자는 자신의 이론을 '강한 일인칭 시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행위 이유를 가진 것처럼 기술(description)할 수 있는것과 실제로 행위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을 혼동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어제 묻어둔 뼈를 다시 찾으러 가는 강아지, 후대에 특성을 전달하려는듯이 보이는 유전자, 자기 복제적 성격을 가진듯이 보이는 밈 등이 모두 마치 의식을 가지고 있는듯이 기술되지만 실제로 자기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학은 많은 발전이 있었고, 그에따라 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전통적인 인간이해에 혁명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가진 의식은 창발적 속성[각주:7]이고 세상에 있는 수많은 창발적 속성 중 나머지는 모두 과학적으로 사후 설명이 가능했지만 아직도 현상적 의식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현상적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꺼라고 합니다. 즉, 인공지능 연구의 발달로 인해서 인간이 예측 못한 속성이 나오긴 했지만(약한 창발), 환원 불가능한 속성이 나오지 않았고(강한 창발)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동의가 잘 안되었습니다. 강연을 듣는 중에는 인간이 의도를 해석할 수 없는 수를 둔 알파고의 현 단계를 강한 창발이 아닌 약한 창발이라고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금까지 없다고해서 앞으로도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대식 교수는 '인간 vs 기계'에서 아직은 강한 인공지능을 가진 상태는 아니라고 했지만[각주:8], 아직 없다고해서 앞으로도 생성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어제 강연을 듣는동안 분명 네 번의 전체 강연 주제가 '과학과 신앙의 대화'인데 오히려 '철학과 과학의 대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어제 강연 들으면서 간단히 메모한 내용과 들었던 생각을 중심으로 정리하고나니 왜 이 강연이 '과학과 신앙의 대화' 시리즈 강좌의 첫 번째 시간에 배치되었는지 조금은 알듯하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두 가지 이해 중 저도 심정적으로는 전통적 인간상을 따르고 싶은데, 현대 과학의 흐름을 대충 알면 환원적 인간상을 따라가게 됩니다. 적어도 아직은 양쪽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끝날 싸움이 아닙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또다른 강연이 더 기다려집니다.



  1. 어제 강연도 실시간 스트리밍이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새물결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후원자 관련 내용을 찾아보시길! [본문으로]
  2. 어제 강연의 슬라이드 내용이 따로 공개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문으로]
  3. 어제 따로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강연자의 기차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마음껏 질문하지 못했기도 했지만, 강연 내용 중 혼자 먼저 생각해볼 부분들이 있어서 질문을 던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본문으로]
  4. 할 일을 하고있지 못한게 [본문으로]
  5. 어제 강연자도 잠시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공존할 수'도' 있다는거지 전통적 이해를 지지하는 사람이 모두 유신론자인것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6. 개발, 생산, 판매한 주체 중 누구에게 귀속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인공지능에게 다 떠넘길 수는 없고, 어느 주체에게 얼만큼 책임을 지울지를 앞으로 철학이 해결할 문제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7. 하부 차원에서 없던 속성이 상부 차원에서는 보이는 경우(연자 설명) [본문으로]
  8.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에 발간된 책이고 책 내용에도 대국에 대한 부분이 있으니 제가 가졌던 의문만 놓고 보자면 김대식 교수도 강한 창발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있는 셈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