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맛집] 우래옥 - 저의 평양냉면이 시작한 곳

 이번 봄에 서울에 있는 평양냉면집들 몇 곳을 연달아 방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자주 가다가 한동안 뜸했던 곳도 있고, 한두번 가보고 다른곳이 더 좋아서 가지 않았던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 가서 먹어보니 다들 맛있네요. ^^

 지난달에 올린 안성 우정집 방문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물냉면을 좋아합니다. 우정집 방문 전까지는 평양냉면을 좋아했었구요. 그런 저의 평양냉면이 시작된 곳이 바로 우래옥입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월간지인 베스트 레스토랑Best restaurants 을 단지 싸다는 이유로 매달 구입했었습니다. (초반에 작은 크기로 나올때는 2천원인가 3천원이었고, 후반부에 판형이 커지면서 4900원이었습니다.) 지금보더 더 궁하던 시절이라 대부분 눈요기로 그쳤지만, 간혹 잡지에 나온 식당을 큰 맘 먹고 가보곤 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우래옥입니다.

 물냉면이라면 쫀득쫀득한 면발에 얼음이 서걱서걱 씹히는 시원한 국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만원 가까이하는 우래옥 냉면을 먹으러 간 것은 순전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한여름에 학교에서부터 을지로까지 걸어가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식당을 찾아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잡지에 있는 지도와 설명을 보고 찾아가느라 좀 돌아갔는데, 드디어 찾아낸 골목 안쪽 식당 앞에 너무 넓은 주차장이 있고, 그 주차장에 검은 차들이 가득해서 놀랐었습니다. 이번에 방문해서도 느꼈지만, 우래옥 건물과 주차장은 골목 안에 별세계인것같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가 11시 15분쯤 되었을때라 (11시 30분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차가 몇 대 없지만, 나올때는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차있었습니다.

 우래옥은 냉면으로도 유명하지만 서울에서 불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알려진 집입니다. (냉면은 몰라도 서울에서 불고기를 사먹은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잡지와 풍문에 의존한 말입니다만 ㅎㅎ)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식당 입구에 메뉴 사진과 함께 원산지 표시가 되어있네요. 그런데, 고기육수 내는 고기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표기가 안되어있네요. 냉면을 먹으러온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한데 말이죠.

 입장하면 2층에 자리가 있는경우에 2층으로 가라고 안내해줍니다. 이 사진은 먹고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라(이상하게 저 머리속 우래옥은 이 계단이 인상깊어서 일부러 찍었습니다.) 1층에 사람이 몇 분 계시지만, 제가 들어갈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2층으로 안내해줘서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왔을때는 냉면만 먹을꺼같은 경우엔 1층에 앉으라고 하기도 하던데, 딱히 정해진게 있어서라기보다 1층보다 2층에 단체 좌석이 많아서 인원수가 적을 경우엔 1층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냉면만 먹으러 왔다고 불친절하거나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계단 오른쪽에 있는 카운터에 블루리본이 붙어있는게 보이네요. 그런데, 블루리본 기준으로 식당을 찾아가는 분들도 계신가요?

 냉면 하나와 순면 하나를 시켜두고 양념통을 찍어봤습니다. 양념통을 찍고나니 단정하게 놓아둔 젓가락이 예뻐서 젓가락도 찍었습니다. 양념통이 우래옥 문양이 찍힌 사기재질인데, 냉면을 담아나오는 그렇과 면수를 주는 컵까지 전부 우래옥 전용으로 따로 제작한 그릇을 씁니다. 전체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주고 좋은데, 일하는 분들은 그릇이 무거워서 힘드실꺼 같네요.

 기다리는동안 심심해서 또 한 컷 찍었습니다. 계단과 2층 테이블 사이를 막아둔 유리입니다. 우래옥을 잔뜩 적어놨네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계단이나 이런 유리장식들 그리고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기들에서도 그렇고 뭔가 자부심 같은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상하게 좀 어색합니다. 메뉴중에 가장 싼 음식인 냉면만 먹고가면 안될꺼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하지만, 위에도 말했다시피 절대로 냉면만 먹는다고 차별한다거나 그런건 없습니다. 일하는 분들도 다들 친절하시구요. 우래옥에서 불고기를 사먹을때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느낌이 들었던거보면 순전히 제 문제인것 같습니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습니다. 냉면집을 몇 년 다니다보면 해가 갈수록 냉면 위에 올라간 고명이 조금씩 변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좋은말로 변한다고 하지만, 나쁜말로는 고명이 점점 적어지는걸 알 수 있죠. 하지만, 우래옥은 여전히 푸짐하게 고명이 올라간것을 볼 수 있습니다.

 냉면에 함께 나오는 반찬입니다. 겉절리라고 해야겠죠? 경상도에서 자란 저는 이런 양념의 겉절이를 우래옥에서 처음 맛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번을 가도 겉절이는 제 입맞에 안맞습니다. 냉면만 먹기 심심하니까 같이 먹는거죠. 생각해보면 다른 냉면집들은 대부분 냉면에 올라간것과 크게 차이 없는 배추나 무우 김치가 나오는데, 냉면에 들어간것과 다른게 나오는 우래옥쪽이 오히려 반찬으로는 더 좋을듯합니다.

 위 사진에 고명이 제대로 안나온듯해서 고명을 옆으로 흩뜨리고 한 장 더 찍었습니다. 위에서부터 배를 채 썬 것, 소고기 편육, 무우랑 배추로 만든 물김치 가 올라가있습니다. 예전 우래옥 냉면에 짜지 않은 오이지 같은 고명도 들어갔던거 같은데, 이번에 갔을때는 없네요. 계절에따라 조금씩 바뀌는건지 아니면 제가 헷갈린건지 그도 아니면 진짜로 고명이 조금 바뀐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추가루는 따로 뿌려져있지 않습니다.

 이 사진을 찍자마자 국물을 들이켰는데, 고기 육수가 아주 진하네요. 확실히 처음 우래옥 냉면을 먹었을 때는 이 맛을 다 못느꼈었다 싶습니다. 그 때는 유명한 집이라고해서 땀 뻘뻘 흘리면서 찾아왔는데, 국물에 얼음이 없어서 덜 시원하다는 생각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 평양냉면과 순면은 확실히 면의 향이 차이가 납니다. 같이간 일행분 표현을 빌리면 순면은 스파게티를 조금 덜 삶은것과 비슷한 촉감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훨씬 툭툭 끊어지는듯했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그정도는 아닙니다.

 11시 30분 영업 시작에 맞춰서 간터라 냉면을 한참 먹고있을때 면수가 나왔습니다. 냉면을 다 먹은 후 입가심하기 딱 좋네요.

 몇 번을 갔었는데, 아이스크림을 따로 팔고있는건 처음 발견했습니다. 과거에도 있었는데 제가 못본거겠죠?

 냉면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내려오니 벌써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람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대기석을 잘 만들어놨고, 기다리는동안 읽을 책도 갖춰놨습니다. 그런데, 평일 점심시간이라서인지 아니면 식당이 종로와 을지로 사이에 있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70년이 다되어가는 우래옥이라서인지 기다리는 분들 중에 나이 지긋하신분이 많이 보입니다.

 우래옥이 1946년부터 있었다는건 이번에 알았습니다. 오래되었다는건 알았지만 6·25 이전부터 있었던건 몰랐네요. 지금 건물은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궁금해집니다. 메뉴판을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우래옥은 냉면뿐 아니라 불고기로도 유명한식당입니다. 실제로 점심시간인데도 불고기나 구이류를 드시는 분들도 많았구요. 갈비탕이나 육개장도 있는데, 저는 갈때마다 불고기를 먹든 안먹든 늘 냉면을 먹어서 다른 식사메뉴는 못먹어봤습니다.

 메뉴판입니다. 구이 메뉴를 보시면 1인분 150g이라고 되어있고 그 아래에 100g 에 얼마인지 나와있는데, 100g 씩 팔지는 않습니다. 그냥 100g단위로 얼마인지 표기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적어둔 듯합니다. 식당 입구에 있는 원산지 표시에는 없더니 메뉴판에는 냉면 육수도 한우를 쓴다고 되어있네요. 식사만 하는 손님이라고 대충 서비스하지는 않지만, 식사만 하는 경우에는 선불입니다.

 냉면 육수에 조미료가 있네 없네, 면의 메밀 함량이 어떻네 구분할 실력같은건 없습니다. 하지만, 우래옥은 평양냉면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식당입니다. 이렇게 큰 식당들이 종종 불친절이나 위생으로 눈을 찌푸리는 일을 만드는데, 우래옥은 방문할 때마다 깔끔한 환경과 친절한 서비스에 감탄하게 됩니다. 같이간 일행분은 냉면이 처음 나온 후 육수만 들이켰을 때 강한 육향이 조금 진하게 느껴졌는데, 면을 먹다보니까 그런게 없어지더라고 하셨습니다.

 냉면을 먹기위해서 우래옥을 찾는 사람 입장에선 냉면의 문제보다 함께 즐길 음식이 마땅치 않아서 좀 곤란합니다. 보통 다른 평양냉면집들과 달리 우래옥은 냉면보다 불고기같은 구이메뉴를 주력으로 삼은 식당라서 그런지 편육이나 만두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불고기를 먹자니 예산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평양냉면의 맛을 알아가고 싶다고 하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식당은 우래옥일꺼 같습니다.

우래옥

전화번호 : 02-2265-0151

주소 : 서울 중구 주교동 118-1

주차 : 식당 앞에 주차장 널찍하게 있습니다. 주차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