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배웅 다녀왔습니다.
서울역 그 식당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함민복,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비,1996
서울역에 배웅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서울에 올 때부터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역은 어디론가 떠나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좀 적습니다. 오히려 서울역은 제게 누군가를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곳입니다. KTX타고가는 이를 배웅하러 다녀왔는데, 한 선로에서 출발하는 KTX가 앞쪽 차량은 포항행이고 뒤쪽 차량은 마산행이더군요. 나란히 출발해서 나란히 달리던 차가 어딘가부터 헤어져서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서로 애틋해보였습니다.
그나저나 기차타고 유럽 여행할 때 객차를 잘못타면 다른곳으로 가버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같이 출발해서 중간에 떨어지는 객차를 본 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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