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당신은 누구십니까> 도종환,창작과비평사, 1995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바삭바삭한 부침개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오늘처럼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면 아예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신발은 벗어서 가방에 넣고, 얇은 실내화를 신고 신나게 비 맞으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씻고,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서 가슬가슬한 이불을 덮고 있으면
어머니가 바삭바삭한 부침개를 구워주시곤 했습니다.
오늘 너무 늦게 들어와서 전화 못드렸는데,
내일은 날이 밝는대로 본가에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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