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늘 특별한 맛을 찾는 나에게

Posted by 쪽빛아람
2016. 5. 1. 22:43 2016/Book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에세이



 작년부터 인기를 끌고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자들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전문 요리사들이 15분만에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승부가 크게 의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승부가 달려있어서인지 만들어진 요리는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도 힘든 특별한 요리가 많습니다.



 책 날개에 '도시형 슬로 라이프의 전파자이자 자신만의 흐름을 따르는 살림의 고수'라고 소개되어있는 저자 히라마쓰 요코가 쓴 책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에는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집에 있고픈 날에는, 나만의 맛을 만든다, 새 바람을 불어넣는 법까지'라는 제목의 네 장으로 되어있고, 각 장별로 적게는 10꼭지부터 많게는 14 꼭지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글마다 사진과 함께 요리나 조미료 혹은 조리도구 딱 하나씩 소개해줍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항상 저녁에 뭐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걸 보면서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는데 왜 저렇게 고민을 하실까' 생각했었습니다. 정작 저도 혼자서 밥 챙겨먹는 나이가 되니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면 일행과 늘 하는 말이 '뭐 먹고싶은거 없어?' 혹은 '어디 맛있는거 없냐?'입니다. 거리마다 식당이 가득한 서울이지만 늘 특별한걸 추구하다보니 쉽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는 바로 그런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차고 넘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건강할 때 먹는 죽, 그 맛이야말로 각별하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실감할 때 마음의 편안함도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무엇보다 죽을 먹을 때면 쌀이 지닌 단맛과 감칠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아, 쌀이란 이렇게도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을 끓이는 과정에서 쌀이 지닌 참맛이 끌어내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105쪽


 저자는 흰 쌀만 약한 불로 찬찬히 익혀서 끓여낸 죽을 통해서 맛볼 수 있는 쌀의 맛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손쉬운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맛을 찾다가 놓쳐버리는 일상 음식의 맛을 느껴보고 그를 통해서 삶의 감각을 깨워보라고 권합니다.




 책을 읽은 후에 싱크대 아래에 넣어두었던 병을 꺼냈습니다. 두어해 전 방산시장에 들른김에 바닐라빈을 사다가 통채로 럼주에 재워둔 병입니다. 뚜껑을 여니 럼주의 알콜과 함께 바닐라빈의 달콤한 향이 잔뜩 올라옵니다. 마침 방에 있던 케익을 한조각 잘라서 바닐라향 가득한 럼주를 몇 방울 뿌렸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구입한 케익을 먹을 때면 달달한 맛으로만 먹었는데, 뿌려준 럼주 덕분에 좀 더 천천히 어떤 맛인지 느껴가면서 먹었습니다


 항상 저와 함께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권할 생각입니다.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국내도서
저자 : 히라마쓰 요코 / 이정원역
출판 : 씨네21북스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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