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회관 SF - 직지 프로젝트 1999
어린시절 서울사시는 고모님 댁에서 얻어온 전집 두 권이 집에 있었습니다. 1
하나는 문학, 비문학이 섞여있는 100권짜리 전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SF소설만 모아둔 60권짜리 전집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고 알게된 두 전집의 이름은 100권짜리는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이고 60권짜리는 아이디어회관 SF입니다.
친척집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만화 잡지 보물섬 이후로 책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제게 두 전집은 제 어린시절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읽기도 했고,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걸 알게되면서 점점 빌려보면서 어느새 집 한쪽에 꽂혀만 있었습니다. 나중에 대학에 오고나서 어린시절 읽던 책이 궁금해서 찾았더니 어머니께서 주변분이 동네 도서관 만드신다고 하셔서 거기에 기증했다고 하시더군요.
좋은 뜻으로 기증하셨다니 아쉬움을 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 가끔 생각나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곤 했는데, 어디선가 저처럼 어릴 때 읽은 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직지 프로젝트라는걸 진행했습니다. 2 1999년부터 1년에 걸쳐서 아이디어회관의 SF 소설을 모두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찾아봤을 때는 결과물을 CD-ROM으로 만들어서 필요한 분들께 보내주는거까지 했다고 알려져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찾아봤더니 결과물이 인터넷에 공개로 올라와있더군요.
몇 년 전에도 <걷는 식물 트리피트>가 갑자기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직지프로젝트에서 책을 다운받아서 읽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남미의 호라이마 산(Mount Roraima, South America) 사진을 볼 때마다 코난 도일이 쓴 SF소설 <공룡 세계의 탐험(The Lost World)>을 떠올리고, 화학책에서 원자에 대해서 배울 때 찰스 E. 매인이 쓴 <동위원소인간>이 생각났습니다. 최근에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읽을때마다 수많은 책 속에서 만났던 로봇들이 생각납니다.
전집을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장면은 필립 와일리가 쓴 <지구의 마지막 날 When Worlds Collide> 속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12월 19일
헨드론 박사는 정말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된 일이지만 그는 노아의 방주 호의 열을 막기 위한 이중 벽 사이에 책을 끼워 넣고 있었다. 책은 좋은 절연체가 되고 우리들이 미래의 집이 될 베타에 도착했을 때 소중한 도서관이 되는 것이다. 굉장한 사람이다. 헨드론 박사는!
지구가 다른 행성과 충돌해서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노아의 방주 호'라는 우주선을 통해서 인류를 이어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위 장면은 주인공의 일기 중 계획을 주도한 헨드론 박사에 대해서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우주선의 절연체로 책을 넣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지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책을 통해서 희망을 이어가려는 헨드론 박사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아이디어회관 SF소설은 직지 프로젝트 1999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지만,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 전집 100권은 중고책을 사지않는이상 만나볼 방법이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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