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의 역습] 확실히 우리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지난 주 즈음부터 페이스북에서 몇 번 [표심의 역습]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선거 때문인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어제 받자마자 오늘 하루종일 잡고 후딱 읽었습니다.
[표심의 역습]은 내일신문사,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5번의 조사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부터 4장까지는 '세대, 지역주의, 계층, 이념'의 측면에서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 나오고 마지막 5장에서는 앞에서 분석한 여러 자료들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서문에서부터 푹 빠져들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치인들은 평상시에는 정치권이라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권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4쪽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통합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갈등의 조장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민이 바뀌어 정치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5쪽
전체 내용을 간단하게 알려주는 서문과 목차를 지나면 그 뒤에 '시작하기 전에'라는 부분에서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자꾸만 변하는 정당을 어떻게 지칭할 지 말하고 있는 두 번째 부분이야 별스럽지 않지만, 의례히 10세 급간으로 연령을 구분하곤 했던 '세대 구분'을 매우 세분화해서 구분하거나 혹은 이를 다시 2개의 구간씩 묶어서 활용하는 등 유권자를 잘 구분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보여줍니다. 뿐만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니만큼 사용한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 출처와 확인방법 등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각 장에서는 평소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던 여러 정보들이 실제와 다르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영남, 충청, 호남을 순서대로 분석한 후 '04 지역투표? 유권자는 억울하다'와 '05 우리나라 지역정당의 실체는 무엇인가' 부분이 나오는 지역주의에 대해서 분석한 책의 2장이었습니다.
[인포그래픽]18·19대 총선 정당별 당선 지역 중 19대 결과
위 그림은 책 111쪽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의 정보를 1차적으로 해석하면 두 가지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착각을 책에서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라고 표현합니다.(110쪽) 아래쪽 그림은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 3장 '누가 지역감정을 만드는가'에 나오는 그림입니다.(세상물정의 물리학 35쪽) 그림1은 광역자치단체장 투표 결과를 그냥 지도로 표시한 것과 인구비례지도로 표시한 것이고, 아래는 인구비례로 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 새누리당 지지율을 그린 것입니다. [표심의 역습]에서 말하고 있는 '지리적 넓이와 거주 유권자의 밀도간 괴리'가 어느정도 일어나고 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심의 역습] 책 속에 나온 사진만 보면 3~4배의 지지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차이가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표심의 역습]에 나온 2012년 총선의 정당별 의석 분포 그림을 보고 가지게 될 착각은 영·호남의 지역투표가 아주 명료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지역 전체 투표자 54.7%의 지지를 얻어 94%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 전체 투표자 53.1%의 지지를 얻어 83%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은 전체 투표자의 20.1%였지만 실제 의석은 4.5%만 차지했습니다. 즉, 그림 속처럼 극단적인 지역투표로 보이는 결과는 유권자의 투표 때문이 아니라 득표와 의석이 제대로 연동되지 못하는 시스템, 즉 선거제도의 효과 때문입니다. (112쪽)
이런 설명을 한 후 [표심의 역습] 2장에서는 실제로 지역투표가 있었다기보다 그렇게 해석하는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이 유권자가 필요해서 지역정당이 됀 것이 아니고 정치인(정당)의 필요 때문에 지역정당이 되었다고 말합니다.(124쪽) 선거 제도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지역을 필요로 할 뿐인 정당들의 프레임에 놀아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정당을 평가하자고 말합니다.(129쪽)
책은 각 장이 모두 흥미롭습니다. 하루종일 손에잡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면 싶다가 또 한편으로 오늘 하루종일 흘러나온 정치권 뉴스를 보면서 저런 사건은 일반적인 해석과 다르게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좀 더 천천히 나왔더라면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글은 아무래도 서로가 생각하는 해법이 일치하기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동안 다시금 다가온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선거 시스템이 실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결과로 반영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위서 말씀드린 영·호남의 의석수만해도 그렇고, 19대 총선 후 국회 전체 의석수도 득표율과는 괴리가 있었습니다.(2012년 4월 11일에 있었던 19대 총선 결과) 괴리가 일어난 방향이 거대 여·야에게 이로운 방향이라서 이번 선거법 개선 때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못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화했다는 사실만은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다음 달 13일에 있을 20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표심의 역습]은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법한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혹여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읽어보셔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만든 정치인들의 속내를 꼭 아셔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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