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딴지걸기] 책을 왜 읽을까
조선일보의 [독서의 힘… 부모의 학력·소득 격차도 극복]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창간 96 특집/읽기 혁명]으로 쓰여진 여러 기사 중 하나입니다. 독서가 부모의 학력도 소득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언어영역의 수능점수 넓게 봐서 외국어 영역의 수능점수가 더 높다는건 그럴꺼 같은데, 수리영역의 수능점수까지도 더 높다는게 재미있습니다.
독서가 이렇게 좋은거니까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야겠다는 생각 말고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을까요
첫번째로 해당기사 및 [창간 96 특집/읽기 혁명]의 다른 기사를 봐도 책 읽는게 좋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 책을 더 많이 읽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특집기사 중 [책 사는데 쓴 돈, 가구당 月 1만6000원… 그 중 60%는 참고서값]을 보면 2010년 이후로 가구당 책 구입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고서 가격을 빼고나면 읽을 책을 위해서는 가구당 월 7,000원 가량을 사용했을 뿐이라는걸 감안하면 성인들도 독서량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겠습니까.
ㅍㅍㅅㅅ의 기사 [부모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부모가 읽어야 아이가 읽는다]를 보면 아이들의 독서환경은 부모가 책에 가지고있는 선호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처음 링크해드린 [독서의 힘… 부모의 학력·소득 격차도 극복] 기사에서 '독서가 수능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부모의 학력과 소득 차를 뛰어넘었다'라고 나와있는데,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정도가 아이들의 독서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정말 신분상승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기사의 첫머리를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입니다. 기사는 "독서는 개인의 성취를 뛰어넘어 소득 양극화 시대에 사회적 칸막이를 뛰어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기사에서 독서와 관계있는것으로 조사한 지표가 '수능점수'입니다. 수능점수가 높으면 소위 말하는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테지만, 과연 정말 '사다리'가 되어줄까요. 그리고 개인에게 '사다리'가 되어주었다면 그걸로 충분할까요.
구글에서 독서량으로 검색해보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연봉이 더 높다는 국내·외 기사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수능 점수도 높아지고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소득도 높아지면 좋은거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를 소득 양극화 시대라고 칭하고 독서가 사회적 칸막이를 뛰어넘게 해준다는 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독서가 개인에게 이로운 것으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독서가 개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단지 남들보다 좀 더 벌고 양극화 시대에 바닥이 아닌 위에 서있기 위함으로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새물결플러스 아카데미에서 숙명여대 김응교 선생님의 '독자의 탄생' 강연을 들었습니다. 독서법에대한 강연이었는데 여느 독서법과 달리 책을 읽기 전에 '비전설정'부터 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스스로에대한 문제의식과 목표하는 꿈이 있어야 책을 읽는것이 의미를 지닐 수 있고, 어떤 책을 읽을지도 그리고 그 책들을 어떻게 읽을지도 모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식과 꿈은 개인에게서 시작하겠지만 그 끝은 개인에게 머무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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