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을]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의 무난한 고깃집
남들은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렛 주고받으면서 분위기 있는데서 식사할 때, 전 주말의 마무리를 위해서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절대로 커플들이 다니는거 보기 싫어서 시내에 안나간거 아닙니다. 1 어짜피 샤로수길에있는 분위기있는 식당(예를들면 이런곳)에는 커플들이 가득했습니다.
문을열고 들어가면 왼편에 고기가 놓여있는 냉장고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는 신을 신고 먹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놓여있고, 왼쪽으로는 신을 벗고 바닥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널찍하게 배치되어있습니다. 문 여닫을 때 찬바람 들어오는게 싫어서 최대한 안쪽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제일 안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서 입구쪽을 찍은 사진입니다. 엄청 넓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찍은걸 보니까 테이블을 널찍하게 배치해서 앉을 수 있는 인원이 엄청 많지는 않을듯합니다. 사람이 가득해도 자리만 있으면 널찍하게 식사할 수 있겠네요.
식당 이름부터 '쌈마을'이라 그런지 벽에 이런게 붙어있습니다. 하나 사다가 방에 걸어두고 싶네요. 두 개 사다가 본가에 하나 걸어두면 부모님도 좋아하실듯합니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으려나요.
따로 메뉴판은 없고 벽에 이렇게 붙어있습니다. 특이한건 제일 오른쪽에 보면 '20년 전통 서산꽃게가 쌈마을로 이전하였습니다'라고 되어있고 그 아래로 찜, 탕 등의 메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보통 여러가지 음식을 하는 식당에는 큰 기대를 안하는 편이지만, 애초에 엄청난 맛집을 찾아온 것도 아닐뿐더러 솔직히 고깃집은 따로 식당에서 조리할 음식이 많지는 않으니 저정도 더 한다고 질을 고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저녁으로 시원한 음식이 먹고싶었는데 냉면먹으러 강북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해서 고깃집 냉면이라도 먹자 싶어서 찾아온겁니다. 그래도 고깃집에 왔으니까 고기도 먹어야지 싶어서 생삼겹정식 2인분 시켰습니다. 생삼겹정식 아래에는 고기가 몇 g인지 적혀있지 않은데, 180g이라고 합니다.
식당 이름과 분위기에서 짐작했던대로 나름 다양한 반찬과 푸짐한 쌈채소가 나왔습니다.
쌈채소가 나와서인지 양배초 샐러드는 영 별로여서 거의 손대지 않았지만, 콩나물과 고사리는 제법 집어먹었습니다. 강된장과 쌈장이라고 주셨는데, 강된장은 강된장이라고 기대하면 조금 아쉽고 그냥 된장국이다 생각하면 넘칩니다. 쌈장은 나름 안쪽에 우렁이도 들어있습니다. 옹이그릇에 담겨있는 쌈장 말고 플라스틱 종지에 담겨있는 쌈장처럼 보이는건 젓갈이더군요. 가까이서 보고도 젓갈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쌈장을 다 먹어서 찍어먹었더니 젓갈이었습니다. 젓갈이라는걸 알았으면 쌈싸먹을 때 좀 더 많이 먹었을텐데 아쉽더군요.
돼지고기 먹는데 굳이 소금기름을 줘야하는가 싶지만 기본으로 나왔습니다. 한 사람에 하나씩 주신 파채는 양념이 많은 스타일이었는데 양념이 거의 시지않고 살짝 달았습니다. 저는 파채는 좋아하는편이 아니라 불판에 구워먹었습니다. 고기는 무난합니다. 위에서 한 번 말씀드렸지만, 생삼겹정식에 나오는 고기는 1인분에 180g이랍니다. 추가로 시킬때는 200g씩입니다.
불판은 널찍한 코팅팬이었습니다. 이렇게 판자같은 스타일의 불판을 살짝 기울여서 불에 올리고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방식을 처음 경험한 것은 종각 근처의 대기업에 다니던 사촌형에게 고기 얻어먹을 때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때는 코팅팬이 아닌 돌판이었습니다. 고기를 많이 사먹는편은 아닌터라 그런 방식이 그 때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돌판에 구워먹어서인지 얻어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뒤에 평택에서 공보의 생활을 할 때 공보의들끼리 고기먹으러 갔다가 비슷한 방식의 식당을 알게되어서 두어번 더 찾아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고속터미널 지하에 있던 식당도 널찍한 돌판을 기울여서 고기를 구워줬었는데 이상하게 거기는 영 별로였습니다. 오래지않아서 다른 가게로 업종변경되었더군요. 쌈마을의 불판은 돌판에 빗댈 수는 없겠지만, 잘 타지않고 고기 구워먹기 좋았습니다.
고기 두 점을 먼저 올려서 한쪽을 구운 후에 나머지를 올렸습니다. 고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양파와 김치도 올려줬구요. 고기를 굽다보니 돌판에 구워먹은 식당들중에 맛있었던 식당과 그렇지 않았던 식당의 차이가 생각났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푸짐함'에 있었습니다. 사촌형과 갔던 피맛골 근처의 식당이나 평택 안성시장 안의 식당은 모두 고기를 구워먹을 때 푸짐하다는 인상이었는데, 고속터미널 지하에 있던 곳은 고기를 다 올려서 굽는데도 이게 다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고기의 양이 많고 적음도 차이났겠지만, 불판의 넓이 같은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의 사진만 보면 쌈마을도 조금 애매합니다. 2인분을 한 번에 다 올렸는데도 불판이 가득하다는 느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함께나온 반찬들이나 테이블 한 쪽에 놓여있는 푸짐한 채소들 때문인지 밥먹고 나올 때 인상은 '푸짐하게 잘 먹었다'였습니다.
가득 나왔던 채소를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쌈싸먹었습니다. 위에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고깃집 치고 밥도 공기에 꽉 채워서나온 편이었기에 고기는 살짝 양이 아쉬웠지만 먹는 내내 쌈싸먹는맛이 좋았습니다. 둘이서 고기와 채소를 모두 싸먹고나니 더이상 먹기 힘들만큼 배가 불렀지만, 애초에 나온 목적이 시원한걸 먹기위함이었기에 물막국수를 하나 시켜서 나눠먹었습니다. 나왔을 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사진은 좀 그렇지만 살짝 얼어있는 육수와 많이 퍼지지 않은 면이 기대한 만큼의 맛은 충족시켜줬습니다.
쌈마을이 누구에게나 권할법한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고깃집이라기보다 쌈밥집이라고 생각해보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훌륭한 식당입니다. 무엇보다 쌈마을에서 잘 구운 삼겹살을 채소에 싸먹는 동안은 어제가 발렌타인데이라는걸 완전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쌈마을] 서울대입구 / 샤로수길
전화번호 : 02-888-7777
주소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26길 31(봉천동 1603-3)
- 서울에서 지내면서부터는 '시내'라는 표현은 거의 안썼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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