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고득점의 비법?

Posted by 쪽빛아람
2016. 2. 3. 23:41 2016/Life

[각주:1]


 며칠 전 82쿡에 아무 유쾌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초6 아들이 찾아낸 수학 고득점의 비법


 중학교 1학년 올라가는 아들이 모르는 수학문제가 나오면 4번이나 5번을 찍으면 거의 정답이라고 했다는 내용인데, 본문글도 그렇고 아래쪽에 달린 댓글들도 아주 즐거운 분위기입니다. 그 와중에 그런 얘기를 엄마와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아이의 마음도, 그런 아이를 바라봐주시는 어머니의 시선도 그리고 그런 본문에 호응해주는 댓글을 쓰신 분들의 여유도 다 좋아보였습니다.



 그랬는데 오늘 저녁에 그 글을 쓰셨던 어머니가 또 하나의 글을 올리셨습니다.


얼마전에 82쿡에 수학고득점 비법글을 웃자고 올렸는데^^

한 초등학교 6학년이 수학의 고득점 비법을 찾아냈다[허핑턴포스트 기사]


 며칠 전 글을 기자가 보고 허핑턴포스트 한글판에 올라갔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처음에 글이 올라온게 거의 1주일 쯤 전이었고, 그 날 허핑턴 포스트에 글이 올라왔었네요. 어쨌든 그 기사를 본 원글을 쓴 어머니도 재밌어하시고, 아이도 신기해하고 좋아한답니다.


 아이가 고안한 고득점의 비법과는 전혀 상관 없지만, 처음 글을 본 순간 위에 있는 그림 속의 문제풀이가 생각났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출제자가 의도한 방법 말고도 여러 길을 통해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문제를 푸는 과정에 오류가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풀어도 해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설혹 약간의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해도 해답을 찾는게 아닌 수학을 공부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출제자가 의도한 풀이법이 무엇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나가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소리인가 싶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게 오히려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길이라는걸 알게 됩니다.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면 출제자는 이런 의도로 문제를 냈고, 이런 함정에 빠트리고 싶었을꺼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문제를 풀고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각주:2]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객관식 문제를 풀면 늘 정답 번호 개수를 세어봤습니다.[각주:3] 수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경우에도 제가 찾은 답안의 번호를 세어보고 너무 적게나온 숫자가 있을 때는 모르는 문제를 찍을 때 참고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 기사의 말미에 나온 충고가 바로 이 얘기입니다. 국가고시라면 몰라도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의 경우에는 선생님이 객관식 정답 개수를 맞추는 성향이 아니시라면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걸 감안해야 합니다.


 수학이 아닌 경우에는 '무엇무엇이 아닌 것을 찾으시오'라는 문제인 경우에 보기 중에 제일 긴 문장을 찍으면 정답일 확률이 큽니다. 아무래도 이런 문제의 해답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낸 보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하기 위해서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 경우에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편이 도움이 되는데, 문제에서부터 어떤 개념을 알고있는지 물어보고자하는 의도를 읽는다면 해답을 찾아내가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올라온 82쿡의 글에 고득점의 비법을 밝혀 낸 아이가 서술형 문제도 조만간 분석한다고 했다는데, 수능 수학문제의 주관식 답은 이미 황금족보가 있습니다. 처음 수능 수학에 주관식이 도입되었을 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시절부터 주관식은 잘 모르면 '1'이나 '-1'로 찍으면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아이가 분석해낼 서술형 문제의 고득점 비법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대학을 다닐때까지만 해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다음날이면 신문에 나온 수능문제를 한 번씩 훑어보곤 했는데 어느 사이에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입니다. 그리 오래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정답을 반드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만나던 학창 시절이, 정답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문제들과 접하는 지금보다 좋은 점도 있었다 싶습니다.



P.S. 혹시라도 이 글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읽는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늘 염두에 두라'는 말을 그냥 흘려듣지말고 꼭 행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 사실을 재수하던 시절에야 깨쳤는데, 수능시험 수준에서는 이보다 도움되는 원칙이 없습니다.


  1. 아주 오래전부터 게시판에 돌아다니던 이미지를 검색으로 찾았습니다. 이미 원본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네요. [본문으로]
  2. 물론 이런 접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제자는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답안을 적기를 바라고 있다는걸 안다고해서 교과서가 달달 외워지는건 아니니까요. [본문으로]
  3. 물론 시간이 남는 경우에만 했습니다. 미분을 배운 이후에는 학교시험에서 시간이 남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