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기] 사도
<<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소재이기긴 하지만, 글 내용에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영화 '사도'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기전에 시사회에 다녀온 분이 극찬을 하시는걸 듣고 직접 보고싶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올린 영화 포스터와 바로 위 사진 두 장이 영화의 주인공인 영조와 사도세자 두 사람의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영조는 사도세자에게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보려하고, 그런 영조 앞에 선 사도세자는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결국 그런 갈등이 폭발하면서 일련의 사태를 거쳐서 아들을 자기 손으로 뒤주에 가두는 비극이 벌어지고 맙니다.
비록 성장한 후에 아버지의 눈 밖에 난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아비를 기쁘게 하는 아들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태어난 아들이 어린 시절 영특한 모습을 보이자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였고, 본인이 그러했던것처럼 학문에 전념하는 아들이길 바랐습니다. 영특한 아이였지만 학문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은 머리가 커질 수록 정해진 길로 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강요를 부담스러운 짐으로 느꼈습니다.
스스로의 학문이 아버지를 만족시켜 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어린 아들은 그림이나 활쏘기 등을 통해서 풀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로만 두 사람의 관계가 정해져있었다면 갈등은 있었더라도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면서 동시에 국왕과 세자였습니다. 가족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더해서 가족 밖의 국왕과 세자라는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비극으로 끝나버린 이야기입니다.
개봉 전에 시사회에 다녀온 분이 제게 사도를 얘기해주시면서 본인과 아들의 관계가 생각나서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셨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얘기해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사도 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와 사도 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흥미로웠습니다. 자신의 남편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남편을 해하도록 간청해달라고 영빈 이씨에게 청한 혜경궁 홍씨와 너무도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이지만 더 망가져서 모든걸 망쳐버리기 전에 멈추도록 해야만했던 영빈 이씨는 영화 속의 8일 동안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조금 다른 측면인데, 자신의 생모와 공식적인 어머니가 다르고 모셔야 할 어머니들도 여러분인 세자의 입장이 된다면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기도 쉽지 않겠습니다.
저보다 앞서 영화를 본 또다른 분이 역사적 사실이라서 줄거리를 다 아는 영화라서 보기 싫었는데 같이 보러간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보러갔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 말씀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당수가 줄거리를 알고있는 상황에서 스토리 자체에 특별한 변화가 주어지지않았다는 사실은 영화 '사도'의 흥행에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거기다가 최근에 천만이 넘은 두 작품인 '암살'이나 '베테랑'처럼 특별히 이슈가 될만한 요소도 없습니다. 하지만, 추석 직전에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상태에서 배급사의 힘으로 인해서 많은 상영관에서 개봉중이라서인지 일주일만에 200만명이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제게 처음 영화를 권해주셨던 분은 천만은 힘들꺼 같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듯하다고 하셨는데, 실제 영화 박스스코어와 영화제 수상실적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세 줄 요약
· 영화 '사도'는 아버지와 아들이자 국왕과 세자인 두 주인공의 갈등과 비극적인 결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사도세자가 갖히던 전날밤을 시작으로 시간을 넘나들면서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도 좋습니다.
· 역사물이라기보다 가족드라마라고 여겨지는 바 가족들이 함께 관람한 후에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2015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북에어 없는 포스팅 (2) | 2015.09.26 |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0) | 2015.09.24 |
[코엑스 메가박스] 하나카드 CINEMA FESTIVAL 2015 (0) | 2015.09.21 |
서울 자전거 따릉이 (0) | 2015.09.20 |
이케아에서 처음으로 가구를 사봤습니다. (0) | 2015.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