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산진 : 요리의 길을 묻다
일본에 수십년간 발매되고 있는 음식 만화인 '맛의 달인(원제 오이신보 美味しんぼ)'이 있습니다. 주인공 지로의 아버지이자 라이벌이면서 뛰어넘어야할 높은 벽인 우미하라 유우잔(海原雄山)의 실제 모델이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 1883~1959)이라고 합니다. 1 진주문고에 갔던 날 서점에서 로산진의 요리왕국 책이 번역되어서 발간된 것을 보고 갑자기 로산진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로산진: 요리의 길을 묻다'라는 책입니다.
2010년에 나온 이 책은 작가인 박영봉 님이 그 전에 쓰신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로산진이라는 사람의 관심이 요리에서 그치지 않고, 요리를 담는 그릇을 통해서 음식이 완성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욕심이 많았던 그를 통해서 현대 일본 요리의 원점이 창조되었다고 합니다. 2
처음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책을 접하고선 일식만큼 한식도 다양하고 맛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음식을 다룬 만화가 없는것인지 안타까웠습니다. 그 후에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 나오면서 우리 음식을 다룬 만화에 대한 갈망은 조금 충족되었습니다. 맛의 달인처럼 식객도 오래오래 나오길 바랐지만, 100권이 넘도록 나오고 있는 맛의 달인이 너무 대단한 것이지 식객이 더 나오지 않는것을 안타까워할 부분은 아닙니다.
'로산진: 요리의 길을 묻다' 책을 읽으면서 그릇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그의 생각이 이해가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과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식이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것'이라는 로산진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 요리를 담은 그릇에까지 확장된 것을 보고 부럽기는 했습니다. 왜 한국에는 로산진 같은 인물이 없는것일까요? 단순히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었기 때문인걸까요?
우리 시대에 혹은 앞으로 맛의 달인같은 만화책은 또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의 로산진 같은 인물이 우리에겐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P.S. 로산진을 알아가면서 확실히 저는 '호식가'지 '미식가'는 아니라는걸 다시금 깨달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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