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용비불패] 다시읽기
용비불패 리디북스 표지. 용비불패 23권과 용비불패 외전 12권이 본편본과 외전본 단 두 개의 표지로 표시되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계기가 우연히 집에 생긴 '보물섬' 만화책 1이었습니다. 어린이용 만화월간지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우연히 집에 한 권 있던 보물섬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보물섬을 너무 많이 봐서 더이상 볼게 없어진 제가 만화책이 없으니 할 수 없이 그냥 책이라도 읽자는 심정으로 책을 읽다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용돈이 풍부하지 못한 어린시절이었지만 동생이랑 둘이서 시리즈 하나씩이라도 제 돈주고 사서 보자는 마음으로 진짜사나이, 드래곤볼, 슬램덩크같은 만화책을 사서 보던 기억도 납니다. 대학에 오고서부터는 만화를 찾아서 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습니다. 연재 중간에 만화를 보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일부러 한동안 잊고 살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고서야 찾아보기도 합니다. 아직도 연재중인 열혈강호 2가 그랬고, 최근 며칠 사이에 다시 읽은 용비불패도 그랬습니다.
용비불패가 다시 보고싶어서 찾아보니 본편 23권으로 끝난지 십수년이 지났고, 외전도 마무리된지 삼 년이 되었더군요. 이번에 전자책으로 용비불패와 외전을 다시보다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좋다고 하기 힘든 우리나라 만화 시장에서 이만큼 좋은 작품을 그려준 작가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졌습니다. 짧지않은 스토리를 긴 시간 그려나가면서 이만큼 밸런스있는 캐릭터들로 채워나가기 쉽지 않았을테죠.
같은 장르는 아니지만 올 해 초여름까지 연재 잘 하시다가 다시 긴 작품구상으로 들어간 용대운 작가의 군림천하와 몇 년 째 소식을 알 수가 없는 한백림 작가의 천잠비룡포 또한 쉽지않은 장르문학계에서 뚝심있게 장편을 써오신 직가들이 잘 마무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용비불패가 다시 보고싶었던것처럼 군림천하 1·2·3부와 한백무림서 중 마무리된 무당마검이나 화산질풍검 같은 작품들도 다시 보고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신경림 시인도 80년대 후반에 복사판으로 나돌던 금서들을 한꺼번에 구입하면서 어린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읽었다고 합니다. 3 다시 읽은 책읽기의 재미가 또 달랐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만큼 세상을 더 산 시인의 안목이 달라져서 그랬을테지요. 용비불패를 다시 읽으면서 단지 눈앞의 싸움과 스토리 진행을 살피는데 더해서 주인공 용비가 원했던 바에대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용비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시대상과 대장군의 입장, 용비와 맞서싸웠던 북방민족들의 처지, 용비의 지휘하에 목숨을 걸었던 부하들의 상황도 떠올려봤습니다.
며칠사이에 용비불패를 다시 읽어서인지 오늘 낮에 도서관에서 찾아본 시인의 글 마지막 문구에 공감이 갑니다.
' 이제 나는 더 즐겁게 세상을 사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 다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기까지, 신경림, 창작과 비평 1994,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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