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자유도
웹서핑중에 우연히 이덕규라는 분이 쓰신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 자유를 위해 목숨 건 게임들]이라는 칼럼을 봤습니다.
GTA 이야기로 시작해서 울티마, 쉔무, 스카이림등을 거쳐서 마인크래프트까지 게임의 자유도에 대한 글입니다. 칼럼에 등장하는 여러 게임들이 추구하는 '자유'의 차원이나 방향성이 제각각입니다.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자유'를 추구한 게임은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과는 또다른 성취감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 자유가 '울티마 온라인'처럼 또다른 세계에서 한 개체로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형태이던, GTA처럼 현실세계와 달리 게임 속에서 얼마든지 폭력적인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조건이던, 마인크래프트처럼 모든걸 자기 방식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스타일이던 분명히 그 게임의 강력한 특징이 됩니다.
중학교 다닐 시절 집에있던 386컴퓨터로 처음 접했던 코에이의 컴퓨터게임 대항해시대2 이후로 대항해시대 열혈팬이 되었습니다.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한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푹 빠진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처음 시작할 때 목표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게임 속의 기술인 '요리'를 배워서 같이 게임하는 동호회(그당시 활동하던 온라인 게시판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게임 속 음식인 '해물피자'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 뒤에 당시로서는 게임 속에서 상당히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었던 '조선'을 배운 것도 높은 랭크로 올린 후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배를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게임 속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싶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낚시 랭크도 올리곤 했었습니다. 울티마 온라인이나 마인크래프트 정도 수준의 자유도를 지니진 못했지만, 게임 속에 마련되어있는 컨텐츠중 적당한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베타서비스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유료결제를 해서 한동안 즐겼지만, 1 결국은 게임을 접었습니다. 게임을 접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자유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협력만 하게되지는 않습니다. 게임 속에서 무언가를 사고팔 때면 서로 흥정을 하기도 하고, 무언가 목표를 위해서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정도의 경쟁은 즐거운 게임을 위해서 불가피 합니다. 그런데, 실제 대항해시대에 수많은 해적들이 암약했던것처럼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도 해적들이 생겼습니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들끼리 전투를 통해서 배를 난파시키는 PvP 2를 주로 일삼는 플레이어가 생긴 것입니다.
게임 시스템에서 PvP를 허용해놓은이상 그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PvP를 통해서 함께 게임하는 플레이어끼리 지나친 분쟁이 일어나고, 그런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현질을 하거나 혹은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PvP를 이기기 위한 전투관련 기술이나 레벨을 올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분명히 게임의 배경이 된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높은 자유도를 주기 위해서 허용된 PvP로 인해서 오히려 어쩔 수 없이 하고싶은 컨텐츠를 즐길 수 없게 되버린것입니다.
할 수 없이 게임을 접었습니다. 제가 게임을 한 이유는 팍팍한 현실을 잠시 떠나서 게임 속에서라도 좀 더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들을 하고, 그 속에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면서 남들보다 기술연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PvP를 즐기는 플레이어들 때문에 도움을 주기도 힘들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져서 짜증나는 상황이 반복된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기겠다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싶지는 않았습니다.
현실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힘쓰고 애쓰는걸로도 충분한데 굳이 게임 속에서 남을 이기겠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아무 조건없이 서로 도우면서 게임을 즐기던 동료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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