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온 책] 김수영 전집 1 <시> 그리고 자발적 복종

Posted by 쪽빛아람
2015. 7. 18. 23:50 2015/Book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나선길이 서점까지 이어졌습니다.


 주중에 두어번 나와서 서점에 다시 익숙해져서인지 여러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때 서점에 한 번 갈때마다 책 딱 한권만 사자고 다짐해서 지킨적도 있었는데, 이젠 포기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으로 구입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20150718 교보문고


주중에 나왔을때도 아나로그 체험행사는 하고있었지만, 이렇게 나무는 없었는데 주말이라고 가져다 놓은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적어서 나무에 달았습니다. 쪽지들에 쓰인 바람들이 이루어지면 다들 조금씩은 더 행복해지겠죠? 그러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살기좋아질테죠.



20150718 교보문고


 교보문고에서 손글씨 쓰기 캠페인을 하고있기도 하지만, 여러 출판사에서도 필사노트같이 손글씨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내놓았습니다.



20150718 교보문고


 직접 쓴 손글씨를 붙여놓고 뽐내는 게시판도 있습니다. 정말 잘 쓴 글씨도 있지만, 저랑 큰 차이 없어보이는 글씨도 있습니다. 



20150718 교보문고


 서점에 들린건 김수영 전집 1 <시>를 사기 위해서입니다. 어제 야간진료 후 서점에가서 시집을 살지말지 고민하다가 너무 늦어서 그냥두고 나왔던일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있다가 도서관에서 나오던 저를 서점까지 끌고갔나봅니다. 들어와서 시집을 펼쳐 시를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교과서에서 봤던 <풀>이 김수영 시인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탈고한 시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20150718 교보문고


시인의 책을 들고서 한 권쯤 더 구입하고 싶어서 서점을 방황하다가 붉은색 하드커버의 시집과 딱 어울리는 표지를 가진 자발적 복종을 집어들었습니다. 





" 우리는 여기서 자발적 복종의 일차적 근거가 습관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말이 길드는 과정과 같다. … 말에 안장을 얹으면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항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장비와 장신구를 뽐낸다. "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목수정 옮김, <자발적 복종> p.81 , 생각정원









- 김수영 <1968. 5. 29.>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