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정말 4시 16분에 가결되었나

Posted by 쪽빛아람
2016. 12. 12. 15:27 2016/Life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2016년 12월 9일 오후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환자도 적었던터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장면을 TV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299명의 국회의원이 투표함에 투표 시작할 때부터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 가결을 선포할 때까지 마음 졸이면서 SBS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페이스북과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탄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홍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토요일이 되자 전날 못 본 글이 보였습니다. 바로 탄핵이 가결된 시각이 오후 4시 16분이었다는 글이었습니다. 4·1·6은 평범한 숫자이지만 이 세 숫자를 놓고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할 우리나라 사람은 없습니다. 당연히 탄핵이 가결된 시각이 오후 4시 16분이었다는 글은 탄핵 가결 시각과 세월호를 연관지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자꾸 돌아다니는걸 보니 정말 탄핵이 가결된 시각이 4시 16분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제 타임라인을 확인해봤습니다. 전날 공중파인 SBS 뉴스에서 생중계를 보면서 감표위원이 돌아서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드는거 보면서 페북에 234표라고 누군가 표시했다고 글을 올렸다가, 잠시 후 정세균 국회의장의 선언을 듣고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표 7표라고 고쳐서 올린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수정내역을 확인해봤더니 처음에 글을 올린 시점은 오후 4시 9분이고 수정한 시점은 오후 4시 10분이라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시각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방망이를 두드린 시점으로 봐야할테니 페이스북 시각으로 오후 4시 10분이라고 봐야합니다. 제가 공중파를 보고 있었고, 페이스북 기준으로는 오후 4시 10분이지만 사람에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국회 시각으로는 알 수 없을까 싶어서 제가 당일에 보고있던 SBS 뉴스를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화면을 잘 보시면 투표용지를 확인하고있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돌아서서 손가락 네 개를 펴고있는게 보입니다. 손가락을 펴보인 사람은 국민의당 감표위원인 채이배 의원이었고, 같은당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낸거라고 합니다. 이 장면을 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게 4시 9분이었습니다.




잠시 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개표결과를 받아보고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총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장면을 보여주자마자 카메라는 국회 안의 시계(오른쪽의 방송실 아래에 있는 시계로 보입니다.)를 비춰준 순간을 캡쳐한 사진입니다. 국회에 있는 시계를 기준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각은 4시 10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공중파가 아닌 여타 인터넷 방송으로 시청하고 있었다면 길게는 1분 가까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는 시각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 방송을 보지 못하고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소식을 전해들었다면 그 시각이 4시 16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탄핵소추안 가결 시각이 4시 16분이라고 기억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탄핵이 4시 16분에 가결되었다'라고 말하면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특정 시각을 특정 사건과 연결지어서 말하려 하면서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말하면 안됩니다.


 최근에 '글쓰기 기본기'라는 책을 낸 이강룡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 '좋은 걸 하기에 앞서 우선 나쁜 걸 하지 말자'는 대목이 나옵니다. 피해야할 나쁜 것 중 첫째가 잘못된 사실을 옮기는 것입니다.


['글쓰기 기본기' 이강룡 저자 인터뷰] 글쓰기, 문제는 기본기



 탄핵 가결 시간과 세월호를 연결시키기 위해서 꼭 사실관계를 비틀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통령 탄핵 가결을 들은 순간 시계를 봤더니 4시 16분이더라. 그 순간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아이들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돕고있나보다.'


 이렇게 말하면 사실을 오도하지도 않았고 말하려는 바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일대일로 말을 할 때도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애써야겠지만,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는 더 정확한 글을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