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바보
이 년 전 그러니까 2014년 1월에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치과 개원한 후에 본가에 잘 못내려가다가 조카가 태어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조카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예뻐하는 편이었는데, 제 조카가 태어나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예뻐보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에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직 몸도 가누지 못하는 조카가 참 예뻤지만, 조카 보고싶어서 내려간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3 오히려 모든 첫 손자이자 첫 아이인 조카를 대하는 부모님과 동생네를 보면서, 사람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모든 삶이 아이에게 맞춰지는구나라는걸 깨닫고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되고나면 결혼을 해서 가정과 자식을 가지게 됩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과정을 가다보면 딱히 다른 성취가 없어도 세상에서 제 몫은 다했다는 느낌을 받겠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만해도 결혼은 꼭 하고싶지만, 결혼을 한다는 보장이 없는 저이기에 가정도, 자식도 가질 수 없다면 그런만큼 무언가 세상에 다른 방법으로라도 꼭 기여하고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뜻입니다.
조카가 점점 자라면서 큰아빠를 알아보는거에 그치지 않고 큰아빠를 불러주고 찾아주는걸 보면서 매 번 매 번 볼 때마다 점점 더 예뻐보입니다. 걷고, 말을 하는걸 보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다른 아이들보다 자꾸 뛰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제 동생도 성격상 자랑을 잘 안하는데, 부모님이 예뻐하시고 자랑하시는걸 보면서 도저히 말리지는 못하겠더군요. 제게 이만큼 예뻐보이고 뛰어나보이는데, 부모님 눈에는 오죽하겠습니까.
수많은 조카바보였던 삼촌, 이모, 고모들이 자기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조카가 예뻤던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예뻐보인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저는 조카보다 더 예뻐보인다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문득 조카보다 자식이 먼저 생긴 동생은 제가 훗날 결혼하게 되어서 자식을 낳아도 제가 조카를 예뻐했던것만큼 제 아이를 예뻐하기 힘들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나니 이렇게 예쁜 조카를 제게 선물해 준 동생네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새로 나오는 책에 대한 글을 읽다가 조카 생각이 났습니다.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조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한 몫 하는 큰아빠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애쓰겠습니다.
P.S.
사진은 이번 달 초에 본가에 내려간김에 찍어온 사진입니다. 일부러 오래된 사진처럼 보이게 처리했고, 조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제가 조카를 예뻐하는것과 조카 얼굴을 함부로 노출하는건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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