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바보

Posted by 쪽빛아람
2016. 5. 20. 23:37 2016/Life

벌레잡는 조카[각주:1]


 이 년 전 그러니까 2014년 1월에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치과 개원한 후에 본가에 잘 못내려가다가 조카가 태어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조카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예뻐하는 편이었는데, 제 조카가 태어나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예뻐보일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김매는 조카[각주:2]


 처음에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직 몸도 가누지 못하는 조카가 참 예뻤지만, 조카 보고싶어서 내려간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각주:3] 오히려 모든 첫 손자이자 첫 아이인 조카를 대하는 부모님과 동생네를 보면서, 사람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모든 삶이 아이에게 맞춰지는구나라는걸 깨닫고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되고나면 결혼을 해서 가정과 자식을 가지게 됩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과정을 가다보면 딱히 다른 성취가 없어도 세상에서 제 몫은 다했다는 느낌을 받겠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만해도 결혼은 꼭 하고싶지만, 결혼을 한다는 보장이 없는 저이기에 가정도, 자식도 가질 수 없다면 그런만큼 무언가 세상에 다른 방법으로라도 꼭 기여하고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뜻입니다.


마늘쫑 따는 조카[각주:4]


 조카가 점점 자라면서 큰아빠를 알아보는거에 그치지 않고 큰아빠를 불러주고 찾아주는걸 보면서 매 번 매 번 볼 때마다 점점 더 예뻐보입니다. 걷고, 말을 하는걸 보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다른 아이들보다 자꾸 뛰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제 동생도 성격상 자랑을 잘 안하는데, 부모님이 예뻐하시고 자랑하시는걸 보면서 도저히 말리지는 못하겠더군요. 제게 이만큼 예뻐보이고 뛰어나보이는데, 부모님 눈에는 오죽하겠습니까.


 수많은 조카바보였던 삼촌, 이모, 고모들이 자기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조카가 예뻤던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예뻐보인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저는 조카보다 더 예뻐보인다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문득 조카보다 자식이 먼저 생긴 동생은 제가 훗날 결혼하게 되어서 자식을 낳아도 제가 조카를 예뻐했던것만큼 제 아이를 예뻐하기 힘들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나니 이렇게 예쁜 조카를 제게 선물해 준 동생네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새로 나오는 책에 대한 글을 읽다가 조카 생각이 났습니다.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조카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한 몫 하는 큰아빠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애쓰겠습니다.





P.S.

사진은 이번 달 초에 본가에 내려간김에 찍어온 사진입니다. 일부러 오래된 사진처럼 보이게 처리했고, 조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제가 조카를 예뻐하는것과 조카 얼굴을 함부로 노출하는건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 풀밭에 뛰어다니는 곤충을 잡아보겠다고 작은 손으로 쫓아가는 조카입니다. [본문으로]
  2. 아이는 정말 어른이 하는건 모두 따라하고 싶어하더군요. 봄이라 부모님이 밭에 김매는걸 보고선 자기도 하겠다고 호미들고 땅 파고있습니다. [본문으로]
  3. 그래도 아기들 쓰는 물건들을 보면 조카 사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사게되기는 했습니다. [본문으로]
  4. 부모님이 마늘쫑 따고있는데, 자기도 해보겠다고 밭에 들어가더니 혼자 잘 안되니까 '할아버지 도와주세요' 하고선 같이 마늘쫑 따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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