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4가] 전통 아바이 순대
방산시장에 가기 전에 근처에서 순대국을 먹고 갔습니다.
방산시장과는 을지로 4가역 5호선을 사이에 두고 길 건너의 골목 안쪽에 있는 식당입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많이들 사용하니 주소만 알면 찾아가기 어렵지 않지만 예전같으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애매한 위치입니다. 청계천에서 을지로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골목따라 500m 즈음 가다보면 골목이 두 개로 갈라지는데 그 정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허름한 외관입니다. 문 앞에 쌓여있는 의자들을 보면 춥지 않은 계절에는 문 밖 골목에도 판을 펴고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식당 안도 허름합니다. 문열고 들어선 정면에 구석쪽으로 세 개의 테이블에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앉아서 한 잔씩 하고 계십니다. 추운 계절이라 오래 앉아 술 드시는 분들이 춥지 않은 안쪽에 주로 자리잡으신듯합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을 포함해서 사진에 보이지 않는 네 개의 테이블이 문 쪽으로 더 있습니다.
식당 왼편에는 뭘 하는지 전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주방이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식사할껀지 술마실껀지 묻길래 순대국 하나 달라고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메뉴판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둘러봤는데 벽 한켠에 A4용지에 프린트해서 붙여둔 종이 한 장 말고 다른건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했거나 혼자 방문한 게 아니었다면 모듬안주도 작은걸 하나 먹어보고 싶었지만, 순대국 하나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나니 무우김치와 새우젓을 내주셨습니다. 순대국이라는 음식은 큰 솥에 끓이고 있던 걸 그냥 퍼주가너 덜어서 한 번 데워주는 음식일텐데 한참이 되도록 안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제 뒤에 들어온 손님의 순대국 특사이즈를 먼저 내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제 주문이 주방에 제대로 접수가 안되어서 안나오고 있었던겁니다. 주문이 밀려있는게 아니라면 주문하자마자 사장님께서 그릇에 순대와 머릿고기를 담으시는게 바로 보입니다. 저처럼 순대국 시켜두고 무작정 기다리지 마시고 확인이라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순대국이 나왔습니다. 한 가운데에 다대기가 들어있었는데 저는 다대기를 싫어하는편이라 다대기는 덜어내고 먹었습니다.
야채 순대가 맛있다고 하는데, 순대국에도 제법 들어있습니다.
머릿고기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재미있는건 이 국물입니다.
순대국 자체가 아무래도 약간의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는터라 그런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1 그런데 전통 아바이 순대의 순대국에서는 보통 순대국을 먹을 때 나는 향이나 맛과 조금 다른 맛과 향이 느껴집니다. 소고기를 충분히 삶아서 만들어낸 곰탕이나 설렁탕과는 조금 다른 맛입니다. 예전에도 소고기 말고 다른 고기를 충분히 삶은 국을 먹을 때 비슷한 맛을 느낀 적이 있는데 제 기억으로는 기름기가 거의 없는 고기를 삶았을 때 나는 맛이었습니다. 제법 인상적인 맛이었던터라 여태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그 맛을 순대국에서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충분히 푸짐하고 맛있는 순대와 순대국입니다. 다시 찾아가고 싶은데, 다음 번에는 모듬안주도 맛보려면 소주 한 잔 할 친구를 데려가야겠습니다.
[을지로4가] 전통 아바이 순대 - 야채순대, 순대국
서울 중구 창경궁로 5가길 33 대동빌딩 (산림동 84-1)
- 혹시라도 그런게 전혀 없는 순대국을 원하신다면 찾아가지 마시길 권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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