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띠지
책을 좋아합니다.
책 읽는걸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책 읽는것보다 책 사기 혹은 책 빌려서 잠시 가지고 있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책을 제대로 가지는건 책을 물리적으로 구입하는것도 아니고 도서관에서 두 주 빌려서 책상 한켠에 쌓아두는것도 아니라는걸 알지만, 알고있다고 그런 욕심이 쉬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책꽂이에 책을 잔뜩 꽂아놓고, 자리가 모자라서 바닥에도 가득 쌓아두고, 책상 위에도 한무더기 놓여있습니다. 책들을 볼때마다 읽는 속도보다 들이는 속도가 빠른 스스로의 행태가 한심스럽지만 어디선가 읽은 책등으로라도 읽는다는 말로 잠시 위로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1
책을 구입하면 늘 띠지가 고민입니다. 책을 읽을 때 선을 긋거나 글이나 표시는 많이 적는 편이지만, 책 자체는 곱게 펴서 봅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커다란 가방에 늘 책 서너권씩 들고다닙니다. 그렇게 항상 책을 여러권 들고다니다보면 책을 싸고있는 별도의 겉표지나 책에 감겨있는 띠지가 손상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면 읽기전에 띠지와 겉표지를 바로 벗겨서 따로 보관합니다.
책을 다 읽고 책꽂이에 보관할 때 겉표지나 띠지를 다시 감아서 보관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그런데 책이라는게 어떤 책은 한 번 훑고나면 그냥 책꽂이에 보관하면 되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제대로 읽고 싶은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몇 주를 들고다니는 책도 있고, 여러번 읽어야 할 책이라 기약도 없이 책상 한 켠에서 떠날 줄 모르는 책도 있습니다. 다 읽었으니까 다시 겉표지와 띠지를 싸서 책꽂이에 꽂으면 도는 책이라는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띠지나 겉표지를 모아두는 종이가방만 여러개입니다. 위의 사진은 최근에 새로 산 책 혹은 책꽂이에 있던 책을 다시 읽기 위해서 꺼낸 책에서 분리한 겉표지 혹은 띠지들을 찍은 사진입니다.
한 달 쯤 전에 띠지에 대한 뉴스1 기사 2를 읽었습니다. 띠지가 처음 시작된 곳은 프랑스라고 합니다. 책이 출판된 이후 콩쿠르상이나 노벨문학상 등을 받았을 때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 띠지를 두르고 홍보문구를 적은것이 띠지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처음 띠지의 시작은 비슷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오늘 채널예스에 올라온 글 3을 보면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띠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인터뷰한 내용이 나옵니다. 뉴스1 기사에서도 언급되지만, 띠지는 들이는 비용 대비로 상당히 효과적인 광고수단이 된다고 합니다. 막연하게 띠지가 종이낭비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생활속에서 낭비되는 수많은 종이들을 생각해보면 띠지보다 불필요한 이유들로 낭비되는 종이들이 훨씬 많겠다 싶기도 합니다. 4
저는 띠지를 최소화하는게 좋다는 쪽입니다. 띠지에 부정적인 입장인 이유는 제가 책을 구입할 때 띠지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전혀 살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로 하드커버인 책 전면을 감싸고 있는 겉표지의 경우에는 하드커버에 다양한 디자인을 넣기 힘들기 때문에 살펴봅니다. 하지만 책 겉면의 일부분만 싸고있는 띠지는 홍보를 위해서 디자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책을 살 때,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구입하려는 입장에선 오히려 띠지에 혹해서 구입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뉴스1과 채녈예스의 글을 읽고나니 어떻게든 독자의 눈에 들어야만하는 출판사의 입장이 이해는 갑니다. 어쩔 수 없이 띠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아예 띠지를 책갈피로 쓰기 좋도록 처음부터 뜯어지게 만들어서 판매하면 어떨까요? 저같은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서 띠지를 둘러도 그상태 그대로 보관했다가 다시 책에 둘러주려할테니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5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국제도서전] 사전등록신청하세요. (1) | 2015.08.27 |
---|---|
제1회 금서 읽기 주간 (0) | 2015.08.26 |
[SIBF 2015] 서울국제도서전 (0) | 2015.08.24 |
[동네서점] 진주문고 첫방문 (0) | 2015.08.18 |
반포도서관 (0) | 2015.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