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빌리지] 그림과 함께하는 과학이야기
중학생 때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과학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쪽지에 뭐든지 궁금한걸 적어내라고 하셨습니다. 적어낸 질문 중에 적당히 골라서 과학 원리를 설명해주셨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궁금한게 많아서 질문을 자주 했지만 늘 만족스러운 답을 듣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저였지만, 정작 수업시간에 궁금한걸 적으라고 하니까 마땅히 질문할 꺼리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따져보면 대충 그 무렵부터입니다. 도서관에 다니게 되었고, 궁금한게 있으면 누군가에게 질문하기보다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이번에 나온 [사이언스빌리지]를 보면서 궁금한게 너무 많았던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사이언스 빌리지]는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생긴 과학적인 궁금증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과 나누는 이야기 입니다. 도심의 밀리는 차 속에서 지루해하다가 브레이크등의 붉은 색에 대해서 얘기하고, 탄산음료를 먹은 후 양치하라는 소리에 싫증내다가 산염기와 영양분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TV속 예능에서 오로라를 보러간 출연자들을 부러워하다가 플라스마까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궁금한게 뭐야'라는 질문을 받고 떠오른 궁금증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호기심을 너무 편한 상대인 아버지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설명해주는 대화이기 때문에 아이들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서 말하고 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곳곳에 저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가있습니다. 그렇다고 동화책처럼 어른이 보기에 심심한 책은 아닙니다. 책에는 모두 26개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들 중 제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나 평소에 관심이 적었던 분야에 대한 부분은 읽으면서 그런 원리였구나하고 새로 알게되거나 맞아 이런거였지 하고 옛생각을 떠올리기 일쑤였습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219쪽부터 30여페이지 정도 펼쳐지는 '그림 용어' 부분입니다. 각 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동안 나온 여러 용어들을 한글과 영어로 정리한 부분입니다. 용어 뿐 아니라 본문에 나왔던 그림 중에 필요한 그림도 다시 그려서 정리해놨습니다. 167페이지에 나온 SI UNITS을 왼쪽·오른쪽으로 나눠서 영어와 한글로 정리한 페이지를 펼쳐보고는 푹 빠져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녁먹을 때 페이스타임으로 영상통화를 한 조카 생각이 났습니다. 궁금한건 많지만 아직은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닌 조카가 좀 더 커서 제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조카를 데리고 앉아서 함께 [사이언스빌리지]를 읽고 싶습니다. 물론 책 한 권으로 궁금한게 끝날 리가 없습니다. 추천사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질문은 대답을 낳고 다시 대답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이언스빌리지]를 읽으면 새로운걸 알게된걸로 끝날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사이언스빌리지]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질문이 끊이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과학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게될터입니다.
"책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또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 속에서 자신은 누구이고, 인간은 어떤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작은 참새를 왜 구해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상상은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입니다' [사이언스빌리지] 저자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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