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5일 광화문에서 몇 사람이 행진했을까
지난 토요일에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광화문으로 갈 때는 종각에서 광화문 가는 길만 차량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광화문에 도착한 직후에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방금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면서 행진한 셈입니다. 차량통제가 종각까지만 되어있다는걸 알고있었기에 종각을 지나면 어디로 갈지 궁금했는데, 행진에 맞춰서 경찰이 차량통제를 잘 해준건지 종로3가까지 행진이 계속되었습니다. 종로3가에서 행진대열은 청계천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을지로를 통해서 다시 광화문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함께간 일행이 몸이 좋지 않아서 청계3가즈음에서 행진대열이 끝나는것만 확인하고 저는 돌아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는 느낌이라 몇 사람이나 모였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방에 도착한 후에도 광화문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여러 언론에서 생중계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경찰추산으로는 4만명 정도, 각종 언론은 적게는 10만명부터 주최측에서 밝힌 20만명을 참가인원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주말 이후로 나온 여러 기사에서도 인원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7일 있었던 경찰청장의 기자간담회에대한 연합뉴스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몇 곳 있었습니다.
경찰 "촛불집회 참가인원, 직접 세어보니 약 4만8천"
첫째로 주최측과 경찰측의 인원발표가 차이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입니다. 주최측은 잠시라도 참여한 사람을 포함해서 참여인원을 추정하고, 경찰측은 가장 사람이 많았던 시점의 인원을 추정한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주장하고싶은 주최측과 안전을 위해서 가장 사람이 많은 시점을 신경써야하는 경찰의 입장차이가 그런 숫자의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집회 주최측이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서 주최측과 경찰의 추산인원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부분에서 씁쓸하긴 하지만, 인지상정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명입니다.
두 번째로 보통 경찰이 집회 참여인원을 계산할 때는 '페르미법'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방법은 3.3㎡(1평) 공간에 사람이 앉으면 6명, 서 있으면 9∼10명가량이 운집 가능하다고 보는 방식이랍니다.
세 번째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5일에는 페르미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이 밝힌 부분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 사진을 직접 촬연한 후에 370구획으로 나눈 후 직접 일일이 세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방법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따로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수 만명의 사람을 일일이 세었다는데서 그 작업을 직접 했을 누군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페르미법을 응용해서 제 나름대로 지난 11월 5일에 행진에 참여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는지 계산해볼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의 도로 면적과 행진하는데 걸린 시간을 사용해서 행진 인원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오차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방법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그러니까 인원이 적은 쪽으로 계산되도록 오차를 돌려가면서 계산해보겠습니다.
우선 지도를 사용해서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도로 면적을 얻었습니다. 도로 면적은 34,507㎡입니다.
길 주변의 인도로 걸어간 사람도 몇몇 있긴 했지만, 인도에는 지켜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는 제외하고 차도만 면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첫 번째 지도사진을 보면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길은 미묘하게 꺾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정확히 계산하면 면적이 조금 넓어지겠지만, 오차는 되도록 인원이 적어지는 쪽으로 계산하기 위해서 그냥 정사각형으로 봤습니다.
34,507을 3.3으로 나누고 소수점을 버리면 10,456이 됩니다.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도로의 면적은 대충 1만평입니다. 페르미법을 따르면 한 평에 사람이 앉으면 6명, 서 있으면 9~10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날은 그냥 서있는게 아니고 움직이는거기 때문에 서 있을때 인원의 절반인 5명으로 보겠습니다. 그러면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행진하는 사람의 숫자는 5만명이 됩니다. 그렇다고 11월 5일 행진한 사람의 숫자가 5만명은 아닙니다.
위 동영상은 제가 11월 5일 직접 촬영한 영상입니다. 촬영시각이 5시 56분입니다. 광화문역 5번출구 쪽에서 교보문고 방향을 바라보고 찍었습니다. 행진의 선두가 지나간 후에 촬영했고, 촬연 후 저도 바로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완전히 선두는 아니었지만, 제가 걸어간 대열에서 선두 차량이 50미터 안쪽에 있었습니다. 행진의 거의 앞쪽에 있었던 셈입니다.
이 영상은 행진이 방향을 전환한 종로3가에 도착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종로3가 14번출구 근처에서 찍었습니다. 영상의 우측이 청계천 방향입니다. 이 영상을 찍은 시각이 6시 31분입니다.
선두와 속도를 맞춰서 계속 행진하다가 일행이 아프다고해서 근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서 먹고, 그 이후로는 차도가 아닌 인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터라 선두는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영상의 촬영시각을 통해서 5시 56분 이전에 선두가 출발했고, 6시 31분 이전에 선두가 종로3가까지 도착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어림잡아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행진하는데 30분이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몸이 안좋은 일행을 위해서 행진을 계속하지 않고 주변에서 쉬었습니다. 함참을 쉬었는데도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게 신기해서 7시 9분에 촬영한 영상입니다. 종로3가역 2번출구 쪽에서 찍었습니다. 오른쪽이 광화문 방향입니다. 사람들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영상 말미에 화면 왼쪽을 보면 청계천 방향으로 꺽어서 진행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청계천 관수교 진출입계단 12번 근처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위의 영상은 청계천을 지나는 차량과 행진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경찰이 잘 통제해주고 있는 모습을 찍은거고, 아래는 청소년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영상입니다. 영상을 촬영한 시각은 7시 18,19분입니다. 영상을 찍은 후에 종로3가역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사진은 오후 7시 23분에 종로3가역 13번 출구 방향에서 광화문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행진의 마지막 사람들이 지나간 후에 이제서야 행진이 끝났다는 생각에 기록하고 싶은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행진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차도를 가득 메울만큼 사람이 가득차있지 않습니다. 이 사진으로는 오후 7시 23분 전에 사람들의 행렬이 끝났다는건 알 수 있지만, 종로3가역을 기준으로 언제 마지막 행렬이 지나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여 제가 마지막으로 영상을 찍은 오후 7시 19분 직후인 20분 즈음에 종로3가역에서 행진이 끝났다고 보겠습니다.
행진의 선두가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행진하는데 30분이 걸렸습니다. 선두가 종로3가에 도착했을 시점에 광화문에서 행진을 시작한 사람들이 다시 종로3가에 도착하는데도 30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진의 시작을 5시 56분으로 보면 선두가 종로3가에 도착한 시각은 6시 26분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30분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의 도로 위를 채우게 되는 셈입니다.
행진이 계속 끊임없이 진행되었다면 오후 6시 26분에 광화문에서 종로3가 사이에 서 있었던 사람이 5만명, 오후 6시 56분에 도로를 채우고 있는 사람이 다시 5만명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로3가를 기준으로 오후 7시 20분까지 행렬이 이어졌다고 봤기 때문에 6시 56분경에는 광화문 쪽에는 이미 차도를 가득메울 정도의 사람들이 없었을껍니다. 시간으로 대충 계산하면 6시 56분경에는 4만명 정도가 도로 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르미법과 행진시간을 이용해서 계산한 2016년 11월 5일 광화문 행진에 참가한 사람 숫자는 대충 9만명 정도로 나왔습니다.
제가 한 계산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곳입니다.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도로 면적, 행진 시작 시각과 끝 시각을 통한 행진 진행 시간, 페르미법을 응용한 특정 공간을 행진하는 사람 숫자 이렇게 세 부분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오차가 있다해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테지만, 특정 공간을 행진하는 사람의 숫자 부분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앞서도 밝혔지만 저는 서 있을 때 기준인원인 9~10명의 절반 정도인 5명으로 계산했지만, 더 적게도 더 많게도 볼 수 있습니다.
덧1.
제가 추정해본 사람의 숫자는 11월 5일 광화문에서 종로3가까지 행진한 사람의 숫자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행진만 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을테고, 행진에 참가하지 않고 광화문에만 나간 사람도 있을터입니다.
덧2.
행진을 보면서 특정한 측정 지점을 단위 시간동안 지나간 사람 숫자를 세면 행진에 참가한 인원을 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사에서 경찰이 사용한다는 페르미법을 알게되어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어딘가 게시판 댓글에서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사람의 숫자를 측정할 수도 있을꺼라는 내용을 봤습니다. 제게는 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분석할 능력도 없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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