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시선 혹은 눈높이
한두달 쯤 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제발 마트에 아이들 좀 데려오지 마세요'라는 글을 봤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수년 전부터 말이 많은 맘충에 대한 글일꺼라 짐작하면서 클릭을 했는데, 정작 내용은 딴판이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젊은이가 쓴 글이었는데, 대형마트는 상품의 회전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번씩 진열대에 새상품을 쌓고 팔려나가고 반복되는데 그런 과정에 정말 먼지가 많이 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형마트에 일하는 사람들은 팔려나간 상품 진열하는 사람 절반에 그 과정에 생긴 먼지 닦는 사람 절반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좋지않을듯하니 데려오지 마라고 당부하는 글이었습니다. 1
그 글을 읽은 뒤로는 대형마트에 가면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님들을 괜히 더 눈에띄었습니다. 아이들이 마트에 오는걸 좋아해서 데려온걸까 아니면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온걸까 생각도 하게되고, 공기가 좋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나쁘다는걸 알면 데려오는 사람이 줄어들까 하는 생각도 혼자 해보곤 합니다. 이케아에 갈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크리스마스 소품이나 아이들용 제품의 비중이 늘어난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님들이 더 많이보입니다. 일반 대형마트에는 보통 말은 좀 하는 정도의 아이들이 주로 보이는데, 오늘 이케아에서는 젖먹는 아이도 봤습니다. 이케아 식당 근처에 아예 수유실도 잘 마련되어 있는걸 보면 제가 본 아이 말고도 많이들 오는듯합니다.
대형마트도 그렇지만 이케아도 사람이 너무 많고 가구들이다보니 먼지도 상당할듯하지만, 어른인 제가 가도 재밌는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유실 말고 쇼룸 입구에는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시설도 준비되어 있어서 이케아 측에서도 가족이 함께 오는걸 권하는듯도 합니다. 그런데 환불할 일이 있어서 기다리다가 재미있는걸 봤습니다.
나오는곳 문쪽에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나가면 환불센터가 있습니다. 제법 빠른 시각에 도착했는데도 대기표를 뽑았더니 제 앞에 20명이나 사람이 있다길래 근처 소파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파 바로 옆에 위 사진 속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환불센터로 가는 길에도 다시 돌아나와 소파로 올 때도 소파에 앉아서도 그냥 장식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서 번호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부모님과 함께 온 한 아이가 조형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원반처럼 생긴 부분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가면서 안쪽에 있는 작은 알갱이가 구획으로 나눠진 속에서 이동을 하더군요. 다른 쪽 면의 미로처럼 생긴 부분도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지않고 손가락으로 따라가면서 길찾기를 했습니다. 2
저는 지나가면서 그냥 넓은 공간을 채워놓기위한 조형물이라고만 생각한 구조물이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장난감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른들과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른만큼 시선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에는 너무 넓고 크기만했던 국민학교 운동장이 초등학교라 불리는 시절에 찾아갔더니 기억보다 작았고, 어릴 때 외삼촌네 밭에가서 딸기를 따먹었던 풀이 분명 아무리 낮게잡아도 허리높이까지는 자라있었는데 지금 딸기를 보면 거의 땅바닥에 달려있고, 놀이터의 높은 미끄럼틀에서 저를 앉아내려주던 사촌형이 이제는 저보다 키가 작다는 사실 등이 머리속을 스쳤습니다.
대학에서 아이들에 대해서 배울 때 가장 첫 시간에 들은 '아이들은 절대로 작은 신체를 가진 성인이 아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케아에 있는 아이들 눈높이와 시선에 맞춘 조형물처럼 아이들에게 즐거운 것들이 가득한 사회면 좋겠습니다.
'2015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산시장 홍보 사진전 (0) | 2015.11.26 |
---|---|
사고싶은 휴지통 (0) | 2015.11.24 |
서울의 지하철 (0) | 2015.11.21 |
구겨진 책 (0) | 2015.11.17 |
진주 중앙시장 나들이 (1) | 2015.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