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문닫는 식당

Posted by 쪽빛아람
2014. 5. 26. 23:56 2014


 비교적 최근에 들렀던 식당 두 곳 얘기를 할까 합니다. 


 첫 번째 얘기할 곳은 서울대 입구역에 있는 '지구당'이라는 일본식 덮밥을 파는 곳입니다. 메뉴는 규동과 오야꼬동 두 가지인데, 하루에 하나만 팔기 때문에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메뉴의 선택권 따위는 없습니다. 생맥주의 유무와 규동을 파는날은 반숙계란을 더할지 말지 하는 것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메뉴만 특이한게 아니라 세 사람 이상의 손님은 단체로 규정하고 단체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세 사람이와서 따로 앉아서 먹겠다고 했는데도 안된다고 하면서 팔지 않았다고 합니다. 식당 안에서는 손님들이 큰 소리를 내면 안되고, 식당 안에 '영업중, 직원은 손님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라고 써붙여놨습니다.


 식당에가서 밥먹는 과정은 대충 이렇습니다. 저녁식사시간이면 식당 앞으로 대충 십여명 정도 줄을 서있습니다. 단체손님은 들어갈 수가 없으니 대부분 두 사람씩이고 간혹 혼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줄의 앞쪽에 서있는경우가 아니라면 즉, 자기 앞에 다섯명 이상 서있는 경우에는 10분쯤 기다리다가 아무도 들어가지지 않으면 너무 오래기다릴까 걱정되서 마주보고있는 덮밥집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자기 앞에 다섯 명 이하로 서있으면 기다린게 아까워서라도 기다리게 됩니다. 가게 안의 손님이 한 팀씩 나올때마다 직원이 나와서 몇 사람이나 기다리는지 확인합니다. 확인한 후에 들어갈때는 꼭 문을 잠궈서 밖에서 문열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합니다. 어쩔때는 분명히 내 앞에 다섯 명이 안되었는데, 내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반대편 덮밥집에가서 밥먹고 나올때까지 아직 밥먹으러 못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겨우겨우 식당안에 들어가면 직원이 가방은 뒤의 벽에 걸면 편하다고 말해줍니다. 아무도 큰소리를 내지않고 있기에 가방을 걸고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일행과 얘기하고있습니다. 메뉴도 하나밖에 없고, 뻔히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면 그제서야 밥을펴고 조리를 시작합니다. 맥주도 안마시니 미리 준 미소된장국만 단숨에 들이키고 한 그릇 더 청합니다. 반숙계란이 먼저 나오고, 드디어 덮밥이 나왔습니다. 조금 먹다가 밥이 적은듯해서 밥을 한 그릇 더 받아들고 원래 그릇에 합한 후에 반숙계란을 위에 올려서 맛있게 먹습니다. 눈빛으로 계산해달라는 의사푠현을 하고, 계산하고 나와서 골목길을 좀 걸어간 후에야 함께 식사한 지인이랑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합니다. 한사람이라도 먼저와서 줄을 서 있었던 덕분에 오늘은 식사에 성공해서 다행이라는 대화 였습니다.



 두 번째 얘기하고 싶은 식당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상가 지하에 있는 충무김밥 집입니다. 상호는 '할매충무김밥'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고터 충무김밥집이라고 말하면 같이갈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터라서 정확한 상호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덮밥집과는 달리 식당에서 밥먹는 과정은 특별한게 없습니다. 다만, 덮밥집보다 조금 더 일찍 마감이 됩니다. 저녁 7시에 줄을서기 시작하면 먹을 가능성이 높지만, 7시 반에 줄 서면 못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좋게 들어갔는데, 준비한 재료가 떨어져서 김밥은 1인분밖에 못시키는 경우도 종종 겪습니다. 아예 줄서서 기다리는동안 김밥을 몇 개나 시킬지 물어보시는 경우도 많구요. 최근에 갔을때도 지인이 조금 먼저가서 줄을 서 있었던 덕분에 김밥 2인분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 메뉴는 충무김밥인데 대부분의 테이블이 칼국수나 수제비와 충무김밥을 함께 시킵니다. 밀가루 메뉴는 제법 양이 많은터라서, 두 사람이 가면 늘 김밥을 1인분 시킬지 2인분 시킬지 고민을 합니다. 남자 두 사람이 간다면 2인분 시킬테고, 여자 두 사람이면 1인분 시킬텐데, 남자 한 사람에 여자 한 사람인 경우는 양쪽 다 나중에 후회합니다. 모자라서든, 배가 불러서든 후회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솔직히, 오늘 얘기한 두 식당 모두 맛이 정말 뛰어나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맛집 블로거들이 표현하는 스타일대로 표현하자면, 근처에 있다면 가기에 충분한 맛이지만,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맛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덥밥집의 경우 서울대입구나 낙성대 등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식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다만, 식사시간에 겹쳐서 한참을 줄 서서 들어갈만한지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결정이 바뀝니다. 충무김밥집의 경우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당연하고, 교통수단을 사용해서 이동을 조금 해야하는 경우에도 찾아갑니다. 줄을 서는거 자체는 고민하지 않는데, 줄을 서도 못먹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런 차이가 식당의 맛의 우위 때문에 생기는게 아니고 메뉴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덮밥은 요즘 어느정도 하는 집들이 많아서 꼭 지구당이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곳이 많습니다. 당장 지구당과 마주보고있는 식당도 전 좋아합니다. 그런데, 칼국수나 수제비는 몰라도 충무김밥은 아직 할매충무김밥만큼 하는 식당을 근처에서는 못찾았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 더 멀리서도 찾아가게 됩니다.


 두 식당은 서울대 입구역과 고속터미널역에 있으니 위치도 관계없고, 일본식 덮밥과 충무김밥을 파는 곳이니 메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두 곳을 같이 올린 이유가 있습니다. 두 식당 모두 가게가 좁고, 줄을 서야하고, 비교적 일찍 문을 닫는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식당이 맛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굳이 한참을 줄서가면서, 좁은 가게에서 식사하기 위해서 조금 늦으면 못먹을지 모르기에 서둘러가면서 찾아갈만큼 맛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식사를 하고 나올때면 같이간 사람들이랑 '맛있다'고 얘기하면서 나옵니다. 그리고 식당에 따라서 조용히 해야하는점이나, 카드결제가 되지않는 불편함이 특별히 단점으로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불편함들을 감수해 가면서 그 식당들을 찾는 이유가 다른 식당보다 조금 싸다는 점이나, 충무김밥이라는 메뉴의 독특함에서 찾는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을 서야하고, 문을 조금 일찍 닫는다는 사실 자체가 더 생각나게하고 애써 서두르게하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두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나올때마다 머리 속에 한 번씩은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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