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현대칼국수

Posted by 쪽빛아람
2015. 10. 6. 23:58 2015/Food & Travel


 추석 전부터 칼국수가 먹고싶었는데, 계속 못먹고 있다가 이제서야 먹었습니다.


 어릴 때 칼국수는 어머니가 적당히 반죽해두시면 아버지가 밀고 칼로 잘라서 끓여먹거나, 혹은 어머니따라 시장에 갔을 때 시장통 한 쪽에있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그 시절의 칼국수는 멸치나 띠포리를 우려낸 육수로 끓여낸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국물의 칼국수를 먹어봤습니다. 대학로 로터리 근처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에 혼자 찾아가서 먹었던 사골국물 칼국수, 처음 먹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않는 바지락이 가득 들어있는 칼국수, 닭육수라고 하는데 지금도 갸우뚱 하는 명동교자의 칼국수, 김치를 넣어서 빨갛고 칼칼하게 끓여낸 칼국수, 닭한마리를 먹은 후에 남은 국물에 끓여먹는 칼국수, 샤브샤브를 먹고 마지막에 남은 진하고 맛있는 육수에 끓여먹는 칼국수 등등 칼국수는 제게 늘 만족스러운 음식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맛있었던건 대학시험을 치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우연히 들렀던 화곡동의 황태칼국수였습니다. 황태를 넣고 우린 국물에 칼국수가 말아져서 나왔는데 추운 겨울 대학시험이라는 관문을 앞에두고 여려진 몸과 마음이 칼국수와 함께 확 풀렸다 싶을만큼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칼국수를 먹었던 해에는 시험에 떨어져서 재수를 했던 관계로 한동안 잊고 있다가 몇 년 후에 찾아가봤는데 제 기억속의 위치에는 이미 다른 가게가 생겼더군요.


 오늘 소개해드릴 현대칼국수는 시청 옆 북창동 골목 안에 있는 칼국수집입니다. 국물이 제가 어릴 때 먹은 멸치나 띠포리를 우려낸 육수에 가까운 기본형 칼국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시절이 생각날만큼 양도 푸짐한데, 어린시절 시장에서 먹은 칼국수보다는 조금 비쌉니다. 긴 세월과 식당의 위치를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아니니, 비싸다는 표현보다는 싸지 않다고 해야겠네요.



시청 현대칼국수


 식당 내부 사진입니다. 어느정도 세월의 티가나는 인테리어입니다. 북창동 골목에서 이정도 인테리어의 식당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것만으로도 평균이상의 맛이 보장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뒤쪽 벽에 딱 세 개 밖에 없는 메뉴가 보이시나요?



시청 현대칼국수


 가격이 잘 안보이실듯해서 옆에 있는 메뉴를 다시 찍었습니다. 섞어칼국수는 칼국수에 만두가 몇 개 들어가서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칼국수로 시켰습니다. 그 옆에 식재표 원산지표시가 있는데, 대부분 국내산이라고 되어있네요.



시청 현대칼국수


 직장인들이 많이 찾을 점심시간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방문했던 저녁에는 주방에 한 분 서빙 한 분 이렇게 두 분의 국내 아주머니들이 모든걸 다 하셨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 큰 솥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시장통에서 칼국수 장사하던 분들도 커다란 솥 두어개 걸어두시고 이래저래 칼국수를 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시청 현대칼국수


 주문하고나니 김치를 가져다주십니다. 칼국수집 김치답지않게 많이 달지 않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않고 왔는데, 김치가 많이 달지않아서 갑자기 기대가 확 올라갔습니다. 배추김치에 비해서 무우는 맛이 조금 덜 들었습니다. 하동관에서 내주는 김치와 깍두기는 약간 새콤해질때까지 두기에 배추와 무우가 다 맛있는데, 칼국수와 곁들이는 김치는 막 담근 김치를 먹는터라 배추는 맛있는데, 무우는 맛이 조금 덜 든 상태대로인가봅니다. 



시청 현대칼국수


시청 현대칼국수


 별 기대없이 앉아있다가 김치를 맛보고는 괜히 옆에 놓여있는 통을 열어봤습니다. 한쪽에는 칼칼한 맛을 원하시는분들을 위한 청양고추가, 다른 쪽에는 양념된 파가 들어있네요. 저는 어릴때부터 멸치육수에 국수를 말아먹을 때도 육수와 국물만 먹은터라 칼국수에는 아무것도 넣지않고 먹는편이라 둘 다 직접 맛보지는 못했습니다.



시청 현대칼국수


시청 현대칼국수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큼지막하게 썰어진채로 들어있는 호박이 딱 제가 원했던 스타일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달걀은 좀 더 잘 풀어졌으면 좋겠고, 면도 조금만 더 얇았으면 좋았을뻔했지만, 이정도면 딱 시장에서 사먹던 기억을 되살려줍니다. 



시청 현대칼국수


 적지않은 양이었는데 깨끗이 비웠습니다.


 칼국수처럼 비싸지 않은 음식을 소개해드릴때마다, 과연 소개할 가치가 있는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떤 블로거분들은 얼마나 멀리서 찾아갈만한가를 두고 맛을 표현하시기도 하던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칼국수 같은 음식은 아무리 맛있다해도 멀리서 찾아갈 가치를 가지기 힘듭니다. 분명한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현대칼국수가 있었다면 칼국수가 생각날때마다 찾아갔을껍니다.




[시청] 현대칼국수

전화번호 : 02-752-9504

주소 : 서울 중구 세종대로 76 (태평로2가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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