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 지난 10년을 물리학자와 함께 돌아보는 맛
각 당별로 경선이 끝나서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19대 대선 구도가 본격화되었던 지난 달 이맘때 즈음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재미있는 표지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하얀 표지 한가운데 아래와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종필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건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를 통해서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는 상대성이론으로 통칭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 특히 일반상대성이론을 함축하고 있다는 장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직접 도출해보려는 사람들과 함께 1년 동안 수학아카데미를 이끈 기록을 쓴 책입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직접 수학적으로 따라가면서 이해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제게 이종필 교수의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일반인들과 함께 고등학교 수학부터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까지 훑어나갔던 이종필 교수가 교양과학 책 만큼이나 열심히 쓰는 글이 시사평론입니다. 저자와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읽기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팔로우 하면서 혹은 다른 경로로 종종 저자의 칼럼을 읽은 경험은 있습니다.
"물리학자가 무슨 정치칼럼을 써요?"
"취미가 시사평론이에요."
무엇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 사실 과학자만 나라를 걱정하는건 아닙니다. 작년 10월달부터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와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라를 걱정합니다. 여건이 허락하지 못해서 촛불을 들지 못한 사람들도 나라를 걱정합니다. 촛불 대신 태극기를 든 사람들도 나름대로 나라를 걱정할껍니다. 모두가 나라를 걱정할테지만, 왜 나라를 걱정하는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과학이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위대한 학문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가 과학의 방법론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인문학자들의 그것과는 다르고 우리 사회에 전자가 빈약하다고 주장합니다.(11쪽) 과학자의 방식과 대비되는게 인문학자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대한민국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결여되어있다는데 동의합니다. 저자는 이 고민을 문명화에 대한 고민이라고 표현합니다.
지난 10여년 간 각종 매체에 쓴 글 중에서 일부를 엮어서 만든 이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과학자의 눈에 비친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적인 여러 문제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고 2장과 3장은 각각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정치에 대해 쓴 글을 모아뒀습니다. 각 글마다 서두에 언제 기고된 글인지 나와있고, 일부 글은 끝에 그 글이 쓰인 배경이나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추가할 말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각 장 안에서는 기고 순서대로 글이 담겨있고, 2장과 3장은 시간순서지만 2장 마지막 글만 3장 첫 글보다 뒤에 실린 글입니다.
처음 책을 펴서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시 훑어보면서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일을 시간이 흐른 후에 복기하는 맛이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이 실종된 사회를 살아온 댓가를 너무 크게 치뤘음에도 일련의 사태를 겪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하는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배웠는지는 훗날 되돌아보면서야 알게될터입니다. 그래서 최근 6개월여를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10여년의 세월을 담아내다보니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국정농단·탄핵·대선에 대한 글은 제일 끝에 두 꼭지 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글 서두에 언제 실린 글인지 나와있는데 어떤 매체에 기고된 글인지도 함께 표기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기고된 매체에 따라 글의 길이나 성격이 확연히 다를터라 독자 입장에서 읽을 때 궁금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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